서울에 사는 20대 직장인 고 모씨는 올해 6월 한 외국 항공사의 해외 왕복항공권을 예약하고 신용카드로 결제까지 마쳤지만 항공사 측의 갑작스런 운항일정 변경으로 비행기에 채 오르지도 못했다. 하지만 고씨는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불한 요금을 환급 받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항공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 10건 중 7건은 외국 항공사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접수된 항공서비스 소비자 피해 1038건 가운데 외국 항공사로 인한 피해가 678건(73.1%)으로 국내 항공사 249건(26.9%)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30일 밝혔다.
국내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 74개 가운데 항공서비스 이용자 10만명당 피해구제 접수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에어아시아제스트(필리핀.30.95건)였으며 스쿠트항공(싱가포르.13.67건)과 에어아시아엑스(말레이시아.13.43건)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 측은 "에어아시아제스트는 올해 6월 모객을 마친 상태에서 해당 항공편을 아예 운영하지 않거나 시간대를 갑자기 변경해 다수의 소비자 피해를 일으켰다"며 "현재 이 항공사에 대한 집단 분쟁조정 건을 처리 중"이라고 전했다.
국내 항공사 중 피해구제 접수 건수가 많은 항공사는 이스타항공(1.01건), 제주항공(0.76건), 티웨이항공(0.47건), 진에어(0.44건) 순으로 조사됐으며 대한항공(0.09건)과 아시아나항공(0.14건)은 가장 적었다.
소비자 피해는 구매 항공권을 취소할 때 과다한 위약금 지불을 요구받거나 환급을 거절 당한 경우가 45.7%로 가장 많았고 운송 불이행이나 지연(34.6%), 환승.탑승정보 제공 미흡에 따른 미탑승(9.1%), 수하물 분실.파손(7%)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이러한 피해에 대해 실제로 계약 해제나 환급, 배상이 이뤄진 경우는 30.1%에 불과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외국 항공사의 경우 피해구제 접수처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곳도 많아 이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긴밀히 협의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외국 항공사를 대상으로 항공교통 서비스를 별도로 평가하는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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