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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리뷰] ‘소리굽쇠’, 무거운 소재에서 오는 편견을 버려라
입력 2014-10-29 17:19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MBN스타 박정선 기자] 분명 무거운 소재임에 틀림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재의 무거움에서 오는 부담은 버리는 것이 좋겠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야할, 그리고 기억해야할 영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소리굽쇠 이야기다.

‘소리굽쇠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귀임(이옥희 분)의 단 하나의 희망인 손녀 향옥(조안 분)이 할머니를 고향 땅에 모셔오겠다는 꿈을 품고 한국으로 떠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중 귀임 할머니는 어린 시절 방직공장에 취직시켜준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후 해방 이후에도 중국에 남아 평생 고향땅을 그리워하는 인물이다.


위안부 문제는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니다.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힘들다. 그래서 더욱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소재다. 실제 현재까지 나온 위안부 관련 영화는 10편이 채 되지 않으며, 이 마저도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장르로 국한돼 있다는 점이 소재의 무거움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소리굽쇠는 역사적 비극을 극화시키는 과감한 도전을 했다. 대신 전체적으로 톤다운 시킨 점이 눈길을 끈다. 위안부 할머니 귀임의 과거는 절제돼 있으며, 그 과거는 손녀를 통해 다시 한 번 비춰진다. 특히 손녀 향옥의 한국 생활에는 과하지 않은 약간의 멜로 성향을 곁들여 대중들의 정서를 보다 쉽게 움직이도록 했다.

소재도 소재이지만 이 영화는 시종일관 물 흐르듯 흘러간다. 귀임 할머니의 젊은 시절, 향옥의 한국 생활,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난 이후인 현재까지 총 3개의 시간이 카메라의 무빙, 대사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반전까지 더해져 잠시도 방심할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배우들의 호연도 극을 이끌어 가는데 크게 한 몫 한다. 중국 길림성 연변가무단 국가 1급 배우인 이옥희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역할에 가장 적합한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그간 꾸준한 선행을 이어오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조안까지 가세했다. 이들은 영화를 위해 실제 나눔의 집을 방문해 할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영화에 고스란히 표현됐다.


영화 속 주요 소품으로 활용되고 있는 소리굽쇠는 한쪽을 울리면, 다른 한쪽도 똑같은 음을 내며 공명하는 음향 측정 기구다. 극중 소리굽쇠는 역사적 비극으로 시작된 고통이 70여 년의 세월을 초월해 귀임 할머니에서 손녀 향옥에 이르기까지, 대물림 된 또 다른 아픔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소리굽쇠의 역할은 스크린 밖으로도 전해진다. ‘소리굽쇠가 이야기하고 있는 할머니들의 인생, 그리고 여전히 끝나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 이 메시지는 스크린을 넘어 영화관 전체에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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