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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사(思)] ‘아이’ 같았던 ‘마왕’ 신해철 “인생? 재미있게 사는거지 뭐”
입력 2014-10-29 14:38 
[MBN스타 유명준 기자] 지난 7월11일 서울 홍대의 한 중식당에서 신해철과 마주했다. 새 앨범 발매 및 콘서트 관련 인터뷰 때문이다. 오후 6시부터 진행한 인터뷰는 9시 가까이 되어서 끝났다. 그러나 기사는 쓸 수 없었다. 그날 나눈 대화는 앨범이 아닌 가족과 결혼 이야기 그리고 추억에 대한 것이었다.

신해철에 대해 그의 주변 사람은 성격이 ‘아이같다고 말한다. ‘마왕과 ‘아이라는 별칭을 동시에 갖고 있는 셈이다. 그를 미디어를 통해 본 사람들은 ‘마왕이라 부르고, 그의 주변에서 말을 섞은 사람들은 ‘아이 성격의 신해철을 본 셈이다. 그날도 그랬다.

사진=MBN스타 DB
무슨 인터뷰야. 그냥 술 마시며 사는 이야기나 나누자”라고 말한 신해철은 자신이 얼마나 귀하게(?) 자랐고, 얼마나 힘들게 결혼했는지를 익살스런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정치나 지역감정 등에 대해 말할 때도 진지함보다는 유쾌했다. ‘달변은 있었지만, ‘독설은 없었다. 진짜 오랜만에 이렇게 많이 술을 마셔본다”며 연거푸 잔을 비우다가도, 난 좀 살살 마실게. 이젠 힘들어”라며 능청스럽게 말할 때는 여지없이 ‘아이 성격이 나왔다.

삶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냥 재미있게 사는 거지 뭐.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어”라고 털털하게 말하다가도 그래도 의미는 좀 있어야 하지”라며 분위기를 쥐락펴락했다.

술자리가 마무리될 즈음 내 (전화)번호 없어? 그래도 되는거야?”라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강제로(?) 건네줬다. 그리고 자신의 차에 타면서 나 이제 간다. 다음에 보자”라며, 마치 오랜만에 만난 ‘동네 형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신해철이 27일 오후 8시19분경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다시 보자”는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사인은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이었다. 22일일 갑작스런 심정지로 수술을 받은 후, 6일이 지난 후다. 사람들은 신해철이 깨어나길 기도했지만, 그 기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민물장어의 꿈이 울려 퍼지는 빈소에는 조용필, 서태지, 싸이 등 동료 가수들뿐 아니라, 일반인 조문객들도 줄지어 찾았다. 특히 10대 때 신해철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고 때로는 힘을 얻었던 30~40대가 많았다.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노래를 들려준 신해철의 마지막 길을 보러 온 것이다. 그들은 살아가면서 다시 신해철의 노래로 위로를 받을 것이다.

신해철의 장례는 천주교식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식은 오는 31일 오전 9시로 예정됐으며, 유해는 서울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다. 장지는 아직 미정이다.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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