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강태명 기자]
힙합그룹 에픽하이는 11년 차 베테랑이다. 2003년 정규 1집 ‘맵 오브 더 휴먼 소울(Map Of The Human Soul)을 시작으로 2012년 정규 7집 ‘99까지 9년을 달렸다. 그동안 타블로와 투컷은 아빠가 됐다. 힘든 일도 있었다. 타블로는 갖은 구설에 오르며 힘을 소진했다. 미쓰라는 음악적 방황을 겪었다.
이들은 지난 23일 2년 만에 정규 8집 ‘신발장을 발표하며 그들의 ‘서사(Epik)를 높이(High) 띄웠다.
지난 18일 먼저 공개한 ‘본 헤이터(Born Hater)가 시작을 알렸다. 이 곡에는 래퍼 버벌진트, 빈지노, 바비, 비아이, 송민호가 피처링에 참여했다. 욕설이 난무하는 19금(禁) 가사, 직설적인 내용으로 존재를 과시했다. 미쓰라는 ‘본 헤이터가 성공적인 첫 신호탄이었다”며 래퍼들만 나오는 단체곡이 높은 순위를 기록해 뜻 깊다”고 말했다.
음악 팬들은 조금 달랐다. ‘타블로와 관련된 논란에 일갈한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가 많지만 정말 ‘재미를 위해서 만든 곡이에요. 편견을 없애자는 내용인데 논란이 생겼네요. 하하. 논란 자체도 하나의 재미는 되겠죠. 피처링 래퍼들을 공개할 때부터 재미있는 노래가 될 것 같았어요. 다들 힙합신에서 잔뼈가 굵은 래퍼들이니까요. 특히 비아이(B.I)에게는 꼭 훅(Hook)을 맡기고 싶었어요. ‘쇼미더머니에서 단기간에 수만은 ‘헤이터들을 만들었잖아요? 그런 면에서 저의 모습이 보이기도 해서 말이죠.”(타블로)
그렇지만 8집 ‘신발장에 수록된 12곡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이고 ‘응원이다. 앨범명 ‘신발장도 이런 뜻을 품고 있다. 에픽하이는 매일 작은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는 신발장이라는 공간이 삶을 표현하기 좋은 단어”라고 말했다. 귀가할 때의 반가움, 외출할 때의 외로움을 표현한 본질적인 ‘사랑 노래다.
이번 앨범의 ‘라이프 이즈 굿(Life is Good)이라는 노래 제목 옆에 ‘복수라는 말이 있어요. 엑스 표를 쳤죠. 내가 손 쓸 수 없는 아픔을 겪을 때 ‘더 행복해지자고 주문을 거는 의미예요. 복수나 원한보다 더 큰 행복을 품고 싶어요.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헤픈엔딩과 끝을 맺는 ‘신발장이라는 곡은 따뜻한 분위기로 만들었어요. 누군가 나를 안아주고 이해하는 느낌을 위해서죠. 우리가 음악을 하는 이유도 그게 전부예요.”(타블로)
마지막 트랙 ‘신발장이라는 곡에 가장 애착이 있어요. 아들이 뱃속에 있을 때 태교 음악으로 썼던 노래거든요. 그 곡에 다시 가사와 멜로디를 붙여 완성한 곡이에요. 끝까지 집중해서 들으면 마지막에 ‘아빠, 아빠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요. 제 아들이죠.”(투컷)
더블 타이틀 곡 ‘헤픈엔딩과 ‘스포일러에도 숨은 사연이 있다. ‘헤픈엔딩에는 이별을 피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냉소와 원망을 표현했다. ‘스포일러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이별에 대한 애절한 감정을 담았다. 타블로는 두 곡을 상반된 감정이 공존하는 쌍둥이 같은 곡”이라고 설명했다.
‘헤픈엔딩과 ‘스포일러를 하나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아버지와 이별한 후의 감정을 표현한 노래입니다. 사랑 노래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 복잡한 감정들이 숨어있어요. 첫 트랙 ‘막을 올리며라는 곡도 마찬가지죠. ‘아빠와 빼닮은 내가 울면 울던 그가 보일까봐라는 가사는 엄마를 생각하며 쓴 것인데, ‘강해지자고 스스로 되뇌는 거죠. 부모님께 필요했던 아들이고, 이제 한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이니까 다짐하는 겁니다.”(타블로)
에픽하이는 이번 앨범을 위해 2년을 오롯이 투자했다. 완성도에 대한 욕심이 컸기 때문.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에픽하이만의 색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미쓰라의 슬럼프가 가장 큰 문제였다.
10년 차 가수로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7집을 발표했을 때 제가 기대했던 콘셉트에 대한 호불호가 갈려 자괴감에 빠졌어요. 내 자신에 대한 평가에 신경을 쓰면서 자신감을 잃었던 것 같아요. 생각이 많았던 2년이었습니다.”(미쓰라)
그런 미쓰라에게 힘이 됐던 건 역시 멤버들이었다. 에픽하이는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평생 서로를 보살피는 가족 같은 존재”라고 자신들을 표현했다.
이들은 11년 동안 ‘에픽하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10주년 활동을 하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작년이 10주년이었는데 기획했던 콘서트를 열지 못했어요. 팬들은 ‘에픽하이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11주년만큼은 꼭 지키고 싶었어요. 이것도 쉽진 않았죠. 원래 14일에 앨범을 발표하려고 했는데 ‘헤픈엔딩과 ‘스포일러 뮤직비디오 촬영이 잘못 됐던 거예요. 다행히 꼭 11주년인 23일까지 완성해서 발표했고, 반응이 좋아서 기뻐요.”(타블로)
에픽하이는 이제 여느 가수와 비교해도 최고참이다. 투컷은 이를 두고 우리는 음악방송의 노인정”이라고 표현했다.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에게는 고대유물이 모였다”고 놀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근한 선후배들이 있어 에픽하이는 외롭지 않다”고 했다.
실제 10월에는 많은 가수들이 신보를 들고 돌아왔다. 서태지, 다이나믹듀오 개코, 김동률, 로이킴, 비스트 등 쟁쟁한 선후배들이다. 타블로는 메뉴가 아주 다양한 김밥집 같다”며 이미 연말시상식처럼 좋은 분위기다. 실제 시상식에는 초대라도 받고 싶다”며 웃었다.
투컷은 상에 대한 기대보다 특별한 시상식 무대가 기대된다. 더 재미있고 독특한 무대를 꾸며보고 싶다”고 덧붙여 진지함을 더했다.
그렇다. 에픽하이에게는 ‘음악과 ‘무대 자체가 중요했다. 이들은 8집 ‘신발장을 준비하며 많은 변화를 겪었다. 감당하기 벅찬 경험들이 음악에 대한 갈망을 더욱 키웠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아요. 운명처럼 받아들일 뿐, 감사하며 살기로 마음 먹었어요. 다양한 일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인생에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감사하며 살기로 했어요. 어렸을 땐 ‘고통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지만, 이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요. 그러지 못하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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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그룹 에픽하이는 11년 차 베테랑이다. 2003년 정규 1집 ‘맵 오브 더 휴먼 소울(Map Of The Human Soul)을 시작으로 2012년 정규 7집 ‘99까지 9년을 달렸다. 그동안 타블로와 투컷은 아빠가 됐다. 힘든 일도 있었다. 타블로는 갖은 구설에 오르며 힘을 소진했다. 미쓰라는 음악적 방황을 겪었다.
이들은 지난 23일 2년 만에 정규 8집 ‘신발장을 발표하며 그들의 ‘서사(Epik)를 높이(High) 띄웠다.
지난 18일 먼저 공개한 ‘본 헤이터(Born Hater)가 시작을 알렸다. 이 곡에는 래퍼 버벌진트, 빈지노, 바비, 비아이, 송민호가 피처링에 참여했다. 욕설이 난무하는 19금(禁) 가사, 직설적인 내용으로 존재를 과시했다. 미쓰라는 ‘본 헤이터가 성공적인 첫 신호탄이었다”며 래퍼들만 나오는 단체곡이 높은 순위를 기록해 뜻 깊다”고 말했다.
음악 팬들은 조금 달랐다. ‘타블로와 관련된 논란에 일갈한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가 많지만 정말 ‘재미를 위해서 만든 곡이에요. 편견을 없애자는 내용인데 논란이 생겼네요. 하하. 논란 자체도 하나의 재미는 되겠죠. 피처링 래퍼들을 공개할 때부터 재미있는 노래가 될 것 같았어요. 다들 힙합신에서 잔뼈가 굵은 래퍼들이니까요. 특히 비아이(B.I)에게는 꼭 훅(Hook)을 맡기고 싶었어요. ‘쇼미더머니에서 단기간에 수만은 ‘헤이터들을 만들었잖아요? 그런 면에서 저의 모습이 보이기도 해서 말이죠.”(타블로)
그렇지만 8집 ‘신발장에 수록된 12곡을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이고 ‘응원이다. 앨범명 ‘신발장도 이런 뜻을 품고 있다. 에픽하이는 매일 작은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는 신발장이라는 공간이 삶을 표현하기 좋은 단어”라고 말했다. 귀가할 때의 반가움, 외출할 때의 외로움을 표현한 본질적인 ‘사랑 노래다.
이번 앨범의 ‘라이프 이즈 굿(Life is Good)이라는 노래 제목 옆에 ‘복수라는 말이 있어요. 엑스 표를 쳤죠. 내가 손 쓸 수 없는 아픔을 겪을 때 ‘더 행복해지자고 주문을 거는 의미예요. 복수나 원한보다 더 큰 행복을 품고 싶어요.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헤픈엔딩과 끝을 맺는 ‘신발장이라는 곡은 따뜻한 분위기로 만들었어요. 누군가 나를 안아주고 이해하는 느낌을 위해서죠. 우리가 음악을 하는 이유도 그게 전부예요.”(타블로)
마지막 트랙 ‘신발장이라는 곡에 가장 애착이 있어요. 아들이 뱃속에 있을 때 태교 음악으로 썼던 노래거든요. 그 곡에 다시 가사와 멜로디를 붙여 완성한 곡이에요. 끝까지 집중해서 들으면 마지막에 ‘아빠, 아빠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요. 제 아들이죠.”(투컷)
더블 타이틀 곡 ‘헤픈엔딩과 ‘스포일러에도 숨은 사연이 있다. ‘헤픈엔딩에는 이별을 피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한 냉소와 원망을 표현했다. ‘스포일러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이별에 대한 애절한 감정을 담았다. 타블로는 두 곡을 상반된 감정이 공존하는 쌍둥이 같은 곡”이라고 설명했다.
‘헤픈엔딩과 ‘스포일러를 하나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아버지와 이별한 후의 감정을 표현한 노래입니다. 사랑 노래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 복잡한 감정들이 숨어있어요. 첫 트랙 ‘막을 올리며라는 곡도 마찬가지죠. ‘아빠와 빼닮은 내가 울면 울던 그가 보일까봐라는 가사는 엄마를 생각하며 쓴 것인데, ‘강해지자고 스스로 되뇌는 거죠. 부모님께 필요했던 아들이고, 이제 한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이니까 다짐하는 겁니다.”(타블로)
10년 차 가수로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7집을 발표했을 때 제가 기대했던 콘셉트에 대한 호불호가 갈려 자괴감에 빠졌어요. 내 자신에 대한 평가에 신경을 쓰면서 자신감을 잃었던 것 같아요. 생각이 많았던 2년이었습니다.”(미쓰라)
그런 미쓰라에게 힘이 됐던 건 역시 멤버들이었다. 에픽하이는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평생 서로를 보살피는 가족 같은 존재”라고 자신들을 표현했다.
이들은 11년 동안 ‘에픽하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10주년 활동을 하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작년이 10주년이었는데 기획했던 콘서트를 열지 못했어요. 팬들은 ‘에픽하이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11주년만큼은 꼭 지키고 싶었어요. 이것도 쉽진 않았죠. 원래 14일에 앨범을 발표하려고 했는데 ‘헤픈엔딩과 ‘스포일러 뮤직비디오 촬영이 잘못 됐던 거예요. 다행히 꼭 11주년인 23일까지 완성해서 발표했고, 반응이 좋아서 기뻐요.”(타블로)
에픽하이는 이제 여느 가수와 비교해도 최고참이다. 투컷은 이를 두고 우리는 음악방송의 노인정”이라고 표현했다. 슈퍼주니어의 김희철에게는 고대유물이 모였다”고 놀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근한 선후배들이 있어 에픽하이는 외롭지 않다”고 했다.
실제 10월에는 많은 가수들이 신보를 들고 돌아왔다. 서태지, 다이나믹듀오 개코, 김동률, 로이킴, 비스트 등 쟁쟁한 선후배들이다. 타블로는 메뉴가 아주 다양한 김밥집 같다”며 이미 연말시상식처럼 좋은 분위기다. 실제 시상식에는 초대라도 받고 싶다”며 웃었다.
투컷은 상에 대한 기대보다 특별한 시상식 무대가 기대된다. 더 재미있고 독특한 무대를 꾸며보고 싶다”고 덧붙여 진지함을 더했다.
그렇다. 에픽하이에게는 ‘음악과 ‘무대 자체가 중요했다. 이들은 8집 ‘신발장을 준비하며 많은 변화를 겪었다. 감당하기 벅찬 경험들이 음악에 대한 갈망을 더욱 키웠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아요. 운명처럼 받아들일 뿐, 감사하며 살기로 마음 먹었어요. 다양한 일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인생에 좋은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감사하며 살기로 했어요. 어렸을 땐 ‘고통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지만, 이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요. 그러지 못하는 게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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