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M+리뷰] “‘나의 독재자’라서 고마워요”…스크린에 부활한 ‘부성애’
입력 2014-10-29 09:34 
사진=포스터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일성 대역이 존재했다는 사실로 시작되지만, 자식 앞에선 늘 ‘최고이고 싶은 지극히 평범한 아버지의 이야기로 끝이 뭉클하게 장식된다.


[MBN스타 여수정 기자] 신선한 소재를 바탕으로 이 시대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착한 영화가 나타났다. 영화 ‘나의 독재자는 그동안 모성애에 가려졌던 부성애를 스크린에 옮겨 이보다 더 따뜻하고 뭉클할 수 없다. 감히 부성애 깊이를 따질 순 없지만, 치킨 닭다리를 아들에게 먼저 주는 소박한 사랑부터 모든 고통을 견뎌서라도 아들에게만은 ‘NO.1의 모습을 보이려는 큰 사랑까지 골고루 담겨 훈훈하다.

‘나의 독재자는 개봉 전부터 떠들썩했다. 배우 설경구와 박해일이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부자연기에 도전했다. 때문에 부득이하게(?) 아버지 역을 맡게 된 설경구는 70세 노인 역을 소화하기 위해 4~5시간이 걸리는 특수 분장을 이겨냈다. 이에 설경구는 이 모든 건 ‘은교때 이미 특수 분장을 경험한 바 있는 박해일 덕분이다. 그가 한 번 경험해봤기에 날 이해해줘 수월하게 촬영했다”고 노인 분장 선배 박해일의 고충에 고마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도전하고 서로 이해해주는 분위기 덕분인지 두 사람의 케미는 말이 필요 없다. 묘하게 닮은 설경구, 박해일의 분위기는 다정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어색함이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부자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일성 대역이 존재했다는 기사를 보고 작품을 연출하게 된 이해준 감독의 말처럼, 소재 자체가 기발하고 신선하다. 김일성인 듯 김일성 아닌 김일성 같은 모습을 표현해야 되기에 무명배우 아버지 역의 설경구는 많은 노력을 쏟았다. 체중 증가는 물론 말투와 걸음걸이, 손동작 등 자연스럽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 김일성 대역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매력적인 또 하나의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이미 믿고 보는 배우이기에 이번에도 설경구를 믿고 관람하면 된다.

거기에 표현은 못하지만 누구보다 아버지 성근을 생각하는 아들 태식 역의 박해일 감정 표현은 ‘금상첨화다. 능청스러움과 분노, 이해, 걱정, 애정, 그리움, 오열 등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선으로 스크린에서 빛난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아이처럼 엉엉 우는 박해일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충분히 적신다. 비록 조금 늦게 등장하는 게 흠이지만, 오래 기다린 만큼 결코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분명 김일성 대역이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리허설을 했는지가 중점이지만, 그 내면에는 자식을 자신보다 사랑하는 한 아버지의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때문에 공감대를 자극하고 잠시 잊고 지낸 아버지의 사랑을 떠올리게 돕는다. 치킨 한 마리를 두고 서로 맛있는 부위를 건네는 장면, 자신이 소중히 아끼는 딱지를 기꺼이 아버지에게 양보하는 아들, 무명배우인 아버지를 끝까지 믿는 아들, 이런 아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고자 노력하는 아버지, 자신을 괴롭히는 아버지에게 대체 나에게 왜 이래”라고 윽박지르는 아들, 아들에게 미워할 수 없는 독재자가 되어버린 아버지 등 대사부터 상황 설정까지 섬세하게 묘사된 부자 관계 덕분일 것이다.

얽히고설킨 부자 관계가 이해와 사랑의 힘으로 조금씩 풀어질 땐 커다란 감동을 선사하며, 잔잔한 여운까지 선물한다. 1970년대와 1990년대의 두 가지 시대가 한 영화 속에 나란히 표현되기에 세트, 의상 등 모든 부분에 제작진의 노력이 더해줄 수밖에 없다. 설경구의 노인 분장 역시 흠 잡을 데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격하게 즐거워하고 분노하는 그의 표정이 특수 분장에 대한 자신감을 증명하고 있다.

신선한 소재가 부성애의 놀라운 가치를 일깨워준다. 이는 배우들의 연기와 조화, 제작진의 노력, 분장 모든 게 톡톡히 제 몫을 다해 이뤄낸 시너지 효과다. 영화 관람 후 당장이라도 아버지에게 전화하고만 싶어진다. 오는 30일 개봉.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