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 인주면 문방리에서 우렁이 농법 등 유기농 벼 재배를 하고 있는 '친환경 농부' 정선섭씨(67).그는 친환경 유기농 쌀 생산에 40년 동안 한 우물을 판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그가 유기 농법으로 벼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5년. 27살 나이에 아산만과 삽교호를 끼고있는 간척지내 6만 6116㎡(2만평)의 농지를 일궈 유기재배 쌀 생산에 첫발을 내딛었다.일반벼보다 수확이 현격히 떨어져 돈은 되지 않고 바쁘기만 했다. 그러나 땅도 죽이고 결국 사람도 죽이는 농약을 쓸 수는 없었다.오직 친환경 유기농 쌀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매달린 결과 지금은 한해 1500가마를 생산,연소득 1억원이 넘는 부농으로 거듭났다.
그는 "당시 일본 광산에서 배출된 수은과 카드뮴 등 중금속 오염에 따라 발병한 미나마타병으로 무농약 생명 농업에 눈을 떴다"며 "우렁이 농법으로 만든 아산 유기농 쌀은 미질은 물론 밥맛이 좋아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정씨는 벼농사의 시작인 종자소독에서부터 파종, 비료,못자리설치, 이앙 및 본답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산의 전 과정이 친환경 농법으로 한다.우선 그가 운영하는 사호농장은 우렁이 농법으로 유기농 쌀을 생산한다.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라 할 정도로 제초는 농사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우렁이는 풀을 아주 좋아하는 대식가다. 우렁이는 물 속의 풀만 먹는 습성이 있습니다. 즉 모를 크게 키워 모가 물에 안 잠기게 하면 우렁이는 벼를 먹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벼농사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논두렁을 30cm 이상 높여서 물을 가두어야 합니다"
유기종자 소독방법도 독특하다. 자닮 유황으로 희석한 찬물에 볍씨를 담그고 기포기를 통한 산소 공급과 자연 햇빛을 이용해 7~8일간 소독을 한다. 벼 키다리병도 잡고 소독비용도 낮추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벼파종도 반 무경운 방식이다.로타리나 쟁기 작업없이 표토 평탄 작업을 한뒤 직접 만든 줄파종기를 이용해 한다. 일반파종보다 토양속의 미생물 군집이 보존돼 재배 시 효율이 높다.비료도 볏짚을 썰어서 논에 넣고 아주까리나 유채,식물성 기름 찌꺼기 등과 자연 발효시킨 유기질 거름을 쓴다.
그는 기계와 사람의 노력이 덜 들어가도록 최대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원시 농법을 꾸준히 실험 중이다. 농장 내 농자재 창고에는 흙치는 기구에서부터 쌀겨뿌리는 기계, 호이스트 승강기,들깨터는기구 등 직접 개발한 자재들이 가득하다.
무투입 자연재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자연재배는 한마디로 볏짚외에 농약은 물론 유기물.화학비료.미생물.영양제 등을 절대로 주지 않는 무투입 자연농법"이라며 "3000㎡ 규모 농지에서 작년 1400kg,올해는 1752kg의 벼를 수확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란 풀만 뽑고 베어 덮어주며 자연서 빌렸다가 돌려주는 게 참된 농사가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정씨는 "유기농은 땅을 맑게 해 맑은 물과 공기가 모여 여러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며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 소비자라면 건강과 자연 생태 환경을 동시에 고려한 친환경 유기 농식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아산 = 조한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