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화재로 소실됐다 5년간의 공사 끝에 복구된 국보 1호 숭례문의 단청에 부실한 화학안료가 사용된 사실이 밝혀졌다.
시공을 맡은 단청장은 공사비를 빼돌렸고 담당 공무원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는 등 총체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8일 숭례문 단청 공사를 하면서 사용금지된 화학안료와 접착제를 쓰고 인건비를 줄여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사기·업무상 배임)로 홍창원(58) 단청장, 제자 한모(48)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전통기법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도록 한 혐의(직무유기)로 문화재청 직원 50대 최모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어 공사 과정을 제대로 감리하지 않은 혐의(업무상 배임)로 감리사 50대 이모씨 등 2명도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홍 단청장 등 6명은 지난 2012년 8월부터 12월까지 숭례문 단청 복구공사를 진행하면서 화학안료인 지당과 화학접착제인 포리졸을 사용해 단청이 벗겨지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인 홍 단청장은 지난 2009년 12월 문화재청이 발주한 숭례문 복구공사의 단청분야 장인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그가 전통기법으로 단청을 복구해본 경험은 지난 1970년 스승이 하는 공사에 잠시 참여했던 것이 전부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홍 단청장은 전통복원에 자신 있다고 문화재청에 밝혔지만 막상 공사가 시작되자 복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에는 천연안료와 전통 교착제를 사용하는 전통기법을 썼지만 색이 잘 발현되지 않았다. 또 날씨가 추워지면서 전통접착제인 아교가 엉겨붙었다.
그러자 홍 단청장은 이를 숨기려고 화학안료를 전통안료와 2대8의 비율로 섞고 화학접착제도 1대3의 비율로 물에 섞어 사용했다.
이렇게 색칠된 단청은 결국 지난 2012년 12월 공사가 끝난 후 3개월 만에 벗겨졌다. 재시공에 필요한 비용은 11억원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홍 단청장은 공사비 7억3000여만원 중 인건비 3억9000여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문화재청에서 산정한 공사비에서 홍 단청장이 임의로 인건비를 줄여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안료를 직접 갈지 않고 공구상가에서 사들인 믹서기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해당 과정에서 시공기술에 대한 자문 임무를 맡은 문화재청은 전통기법의 단청장 명성만 믿고 적용기법에 대한 안정성을 검증하지 않는 등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감리사 역시 규정상 조채(안료배합) 과정에 입회해 단청기술자가 직접 하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무자격자가 조채하는 것을 방치한 혐의를 받고있다.
감사원은 지난 5월 숭례문 복원 과정에서 단청과 기와 등이 부실시공됐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4월에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홍 단청장은 지난 2월 문화재 보수 건설업체에 자격증을 빌려주고 3000여만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문화재 수리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전통기법에 대한 연구와 검증이 충분히 안 된 상태에서 단청장과 문화재청 공무원, 감리사들이 공사를 강행한 것"이라며 "다른 국가 문화재들의 수리·복구공사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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