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부끄럽지 않나" VS "부끄럽지 않다"
입력 2014-10-28 11:59  | 수정 2014-10-28 18:08
어제 국방부 국정감사에서는 전시작전권 전환 재연기를 둘러싸고 전 현 정권의 대결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발언을 소개하며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질타했습니다.

▶ 인터뷰 : 노무현 / 전 대통령(2006년 전작권 전환 강연)
- "대한민국 군대들 지금까지 뭐 했노? 나도 군대갔다 왔고, 예비군 훈련 다 받았는데, 그러면 위에 있는 사람들 머했어. 작전통제권, 자기들 나라, 자기들 군대 작전통제권 한 개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 만들어놓고, 나 국방장관이요, 나 참모총장이요,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드름피고 말았다는 얘기입니까? 전작권 회수하면 안된다고 줄줄이 모여가지고 성명 내고, 자기들이 직무유기 아닙니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노무현의 남자로 불리는 문재인 의원의 생각도 바로 이러합니다.

전시작전권을 갖지 못한 군대, 나라는 주권이 없는 군대, 나라라고 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어제 국감)
- "6.25 이후 60년이 흘렀는데 전작권을 스스로 우리 군은 한번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으냐. 남북 간 국방비 차이가 15배, 경제력 차이는 40배가 넘는데 전작권 환수가 안 되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하지만 한민구 장관의 답은 간단했습니다.

▶ 인터뷰 : 한민구 / 국방부 장관(어제 국감)
-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군은 한반도의 여러 여건하에 국방을 하면서 최대한 우리 군은 효율적인 연합방위 체제로 전쟁을 억지하고 유시시를 대비한다. 우리 군은 전작권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한 의지가 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한민구 장관은 노무현 정부 당시 국방부 정책기획관과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을 지냈습니다.


전시작전권 전환에 깊숙이 관여했거나 적어도 반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당시 전작권 전환에 찬성했던 한민구 장관이 지금은 반대론자가 된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국방부 장관이라는 자리는 사실 자신의 소신보다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국방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자리이니까요.

한민구 장관의 말은 박근혜 대통령의 말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와 올해 전작권 전환 재검토를 여러 번 시사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2013년 한미 정상회담)
- "저와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핵 및 재래식 위협에 대한 대북 억지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전작권 전환 역시 한·미 연합방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이행돼야 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2014년 4월 25일)
-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안보 환경을 고려해서 현재 2015년으로 되어 있는 전작권 전환 시기와 조건을 재검토해 나갈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문재인 의원과 한민구 장관의 공방은 마치 전 정권과 현 정권의 대결 양상으로 비칩니다.

그런데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전시작전권을 예정대로 가져오겠다고 했습니다.

야권은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파기했다고 사과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여권은 북한의 핵실험과 소형 핵탄두 개발 가능성을 언급하며 불가피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은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공약파기는 맞다. 지도자께서 직접 국민에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하면 국민 대다수가 이해할 것이다"

전작권 전환 연기가 부끄러운 일인지, 부끄럽지 않은 일인지 국민 의견 역시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다릅니다.

분명 전작권은 여야 야, 그리고 전정권과 현정권, 현정권과 차기정권의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선명히 해주는 이슈입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