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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사랑’ 종영, 롤러코스터 전개 속 배우만 살았다
입력 2014-10-26 23:43 
[MBN스타 이다원 기자] 1980년대를 배경으로 삼은 까닭일까. 출생의 비밀, 갑작스러운 투병, 끊을 수 없는 혈육의 정, 믿었던 부하의 배신 등 소위 ‘쌍팔년도 소재들이 마지막회까지 난무했다.

게다가 아버지의 복수를 외치는 한 아들의 총구에 ‘총알보다 스피드 빠른 악인들이 둘씩이나 처단됐다. 법적인 의붓자매는 시간이 흘러 서로를 그리워하는 사이가 됐고, 대부분 등장인물이 다치고 죽어나가자 평화가 찾아왔다. 한숨 나오는 롤러코스터 전개 속에서도 살아남은 건 배우들의 열연뿐이었다.

26일 오후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끝없는 사랑에서는 박영태(정웅인 분)가 파직당한 뒤 친딸 김세경(전소민 분), 내연녀 민혜린(심혜진 분)과 밀항을 시도하다가 죽임을 당했고, 이후 서인애(황정음 분), 한광훈(류수영 분), 한광철(정경호 분) 등 주인공에게 새 봄이 찾아오는 과정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는 한광철, 한광훈 형제는 아버지를 죽인 박영태를 잡기 위해 밀항 장소로 급히 달려갔다. 마침 배에 오르려던 박영태는 이들을 발견하고는 이젠 어쩔 수 없다”며 총구를 겨눴다. 몇 발의 총성 뒤 동생을 구하기 위해 대신 총을 맞은 한광훈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를 본 박영태가 너희 두 형제가 결국 한날 한시에 죽는구나”라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복병은 따로 있었다. 박영태 가족의 밀항을 끝까지 돕던 부하가 뒷통수를 쳤던 것. 과거 자신이 박영태가 무참히 죽인 피해자의 아들이었다며 아버지에 대한 복수다”를 비장하게 외친 뒤 또 한 번 총을 쐈다. 그 총알은 박영태를 보호하려던 민혜린의 등을 관통했고, ‘악의 축 커플은 너무나도 쉽게 눈을 감았다.



이후 따뜻한 평화가 사람들에게 스며들었다. 김세경과 한광철은 서로 용서하고 결혼 생활을 지속했으며, 한광훈과 서인애는 예전 좋은 감정을 다시 싹 틔웠다. 또한 서인애가 어릴 적 교도소에서 ‘법무부장관이 되겠노라며 당당히 외치던 말을 그대로 실현하는 걸 15년 후 장면으로 넣어주며 완벽한 해피엔딩을 이뤘다. 극명한 권선징악, 고진감래 메세지가 마지막을 수놓았다.

하지만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결말이었다. 간단한 요약만으로도 세 문단을 거뜬히 넘기는 이 방대한 내용을 단 한 회에 넣고자 했으니 군데군데 편집이나 장면이 튀는 곳이 포착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웠고 숨 가쁜 전개였다. 애초 50부작에서 37부작으로 조기종영돼 줄어든 회차만큼 전개가 급박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감안해도 ‘용두사미 결말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그나마 정웅인, 심혜진, 황정음 등 굵직한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는 살아남았다. 평생 사랑했고 자신이 아이까지 낳은 여자를 상사의 아내로 모시며 쓰라린 연정을 담아둔 박영태 역의 정웅인은 여전히 ‘신스틸러다운 면모를 보이며 브라운관을 장악했고, 심혜진 역시 자존심 세고 표독스러우면서도 박영태 앞에서만큼은 천상 여자일 수밖에 없는 민혜린 역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타이틀롤 황정음도 나쁘지 않았다. 30여년의 세월을 아울러야 하는 배역이었지만 서인애의 독기와 슬픔, 내면적 갈등을 무리 없이 보여줬다. 전매 특허인 눈물연기도 일품이었다. 성폭행, 급작스러운 신분 상승, 초인적 능력 등 서인애를 이해할 수 없는 설정들이 많았음에도 예전보다 탄탄해진 연기력으로 담담히 극을 이끌어나갔다.


이밖에도 류수영, 정경호, 전소민, 김준, 신은정 등도 각자 배역에 충실한 연기를 펼치며 제 몫을 해냈다. 비록 눈에 띄진 않았지만 묵묵한 호흡으로 제 자리를 지키며 작품의 무게를 더했다. 그럼에도 ‘끝없는 사랑은 너무 많이 벌린 사건들과 초현실적 전개, 촌스러운 소재들로 이런 배우들의 열연을 살리지 못했다. 2.8%라는 충격적인 자체 최저 시청률(닐슨코리아 집계)과 10%대를 밑도는 성적표는 시청자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 한 단면이었다.

4개월의 비행을 마친 ‘끝없는 사랑 후속으로는 한예슬, 주상욱 주연의 ‘미녀의 탄생이 방송된다. 안방극장판 ‘미녀는 괴로워와 로맨틱코미디 흥행보증수표 한예슬과 주상욱의 ‘케미(케미스트리 준말)가 침울해진 SBS 주말 심야 시간대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줄지 관심이 쏠린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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