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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덕’ 없던 사실상 결승전, 박 터지게 싸웠다
입력 2014-10-26 15:52  | 수정 2014-10-26 16:18
전북은 수원을 1-0으로 꺾고 우승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이상철 기자] 23일 전주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전북-수원전은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불렸다. 승점 7점차로 1,2위에 올라있는 두 팀. 전북이 승리할 경우 스플릿 라운드 5경기를 남겨놓고 간극이 10점차로 벌어지면서 우승 경쟁의 맥이 풀릴 수밖에 없다.
최강희 전북 감독과 서정원 수원 감독은 ‘중요한 경기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우승의 향방이 판가름 날 경기로 여긴 것이다.
그러면서 일반 5경기도 아닌 상위 스플릿 5경기에서 승점 7점차는 크다고 입을 모았다. 순위 다툼이 치열해 매번 승점 6점짜리 경기가 벌어지는데 안 지려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1점, 3점도 크게 느껴지는데 7점이라면 뒤집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축구는 알다가도 모른다. 두 팀 모두 바로 앞 경기에서 예상을 깨고 성남에게 덜미를 잡혔다. 수원은 추격의 힘이 느슨해졌고, 전북은 FA컵 우승 기회를 놓쳤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펼쳐질지 모른다.
전북은 더 벌리면 좋으나 7점차도 여유가 있는 간극이었다. 수원 역시 더 좁히면 좋지만 7점차는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강희 감독과 서정원 감독은 서로에게 승점 3점을 안 주면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무승부도 납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깔린 판이 그렇지가 않았다. 다들 사실상의 결승전에 대한 기대가 컸다. 사이좋게 승점 1점씩을 나눠가지는 ‘미덕보다는 피 터지게 싸워서 누군가가 승점 3점을 쟁취하는 ‘명암을 바랐다.
더욱이 두 감독 모두 욕심이 많았다. 승점 1점도 만족하겠다고 했지만 기왕이면 시원한 승리로 승점 3점을 따고 싶었다. 최강희 감독은 홈이다. 팬 앞에서 지지 않는 축구를 하고 싶지 않다. 홈에선 이겨야 한다”라면서 이동국과 카이오를 투톱으로 내세우는 공격 지향적인 카드를 꺼냈다.

서정원 감독 또한 산토스와 로저를 교체 명단에 올리며 후반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복안이었다. 주중 FA컵 준결승에서 120분을 뛴 전북 선수들의 체력을 고려한 것이다. 서정원 감독은 기본적으로 비기는 경기, 지는 경기를 준비하지 않는다”라며 오늘 경기를 위해 단단히 준비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경기는 흥미진진했다. 홈 이점을 살려 전북이 몰아붙일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상당히 치열했다. 수원은 성남과 달랐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잠그기로 일관하지 않았다. 줄다리기는 꽤 팽팽했다.
수원이 민상기와 정대세의 날카로운 슈팅으로 위협하자, 전북도 한교원의 침투 플레이와 김남일의 중거리 슈팅으로 응수했다. 좀처럼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0의 균형은 꽤 길었다. 앞서 열린 2번의 대결에서 첫 골은 후반 4분(5월 3일)과 전반 23분(8월 6일)에 터졌다. 그러나 23분과 49분이 지나도 이날 전주성에는 골이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무득점은 없었다. 평소보다 늦은 후반 27분 골이 터졌다. 골의 주인공은 홈팀 전북이었다. 레오나르도의 프리킥 슈팅과 김남일의 마무리로 굳게 잠겨있던 수원의 골문을 열었다.
속마음과 다르게 깔린 판대로 승부를 내야 했다. 그리고 승부가 갈렸다. 홈팬 앞에서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던 최강희 감독의 한 수가 통했다. 그리고 1주일 전 서정원 감독이 자신감이 넘치나 전주성에서 지고 돌아갈 것이다”이라던 호언장담도 지켰다.
사실상의 결승전답게 치열했다. 또한 거칠었다. 두 팀 합쳐 파울이 39개나 나왔다. 가슴 졸이게 한 한판이었다. 후반 27분까지 균형은 팽팽했다. 수원 팬은 후반 42분 산토스의 슈팅이 골키퍼 권순태 정면으로 향한 게 야속했을 터다. 소문난 잔치답게 박 터지는 재미가 있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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