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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적자기업들의 M&A 러시
입력 2014-10-24 10:43 

[본 기사는 10월 22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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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주요 사업 부진으로 지속적인 손실이 발생하자 사업다각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M&A 이슈로 주가를 부양시키거나 단순히 매각 차익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타법인 주식을 취득하기로 공시한 적자 상장사(지난해 당기순손실)는 모두 4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1곳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들 기업 가운데엔 2년 이상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기업도 2곳이나 됐다.
M&A는 장기 사업부진에 빠진 기업들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유망한 신사업이나 시너지가 기대되는 연계사업으로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시킬 수 있어서다. 특히 단기간 실적이 꺾였지만 유보자금이 풍부한 기업들에겐 좋은 성장 전략이 될 수 있다.
특수강관업체 스틸플라워는 지난달 7일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배관망 구축업체 건종이앤씨를 인수해 사업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전방산업 침체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며 적자전환(순손실 118억원)하자 현금 76억원을 들여 이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팀 관계자는 "M&A를 진행하는 거래 당사자들이 아닌 이상 인수 목적이 단순한 주가 부양인지, 성장을 위한 경영 전략인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다만 피인수기업과의 사업연관성이 높고 인수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이 현금 취득일 경우 대부분 건전한 M&A로 판단해도 좋다"고 전했다.
반면 경원산업과 고려포리머의 경우 이런 방식과는 동떨어져 있다. 무선통신기기업체인 경원산업은 오는 27일 혈액검사 체외진단 제품 제조업체 바이오이즈 지분 70%를 35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경원산업은 인수대금 전액을 자기자금으로 조달하겠다고 공시했으나 현금성 자산(올 상반기 기준)이 5000만원도 안돼 전환사채(CB), 유상증자 등 주식담보 사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지난달에는 자회사 썬포커스를 통해 피혁업체인 신우를 270억원에 사들인다고 밝혀 올 하반기 M&A만 3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이밖에도 경원산업 최대주주였던 조윤형씨가 보유 주식 200만주 이상(지분 26%)를 사전에 모두 처분하고 지난 17일에서야 이 사실을 공시해 경원산업의 활발한 M&A에 대한 의혹은 짙어지고 있다.
포장재 사업체인 고려포리머는 부실기업을 싸게 사들여 비싸게 팔기 위해 수차례 M&A를 시도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2년 연속 영업손실이 지속되는 등 주요 사업 부진에 따른 실적 하락을 M&A를 통한 매각 차익으로 메꾸려는 모습이다. 고려포리머는 지난해 횡령 혐의로 기업사냥꾼의 먹이가 된 에스비엠 지분을 사들였다가 다시 매각해 45억원 가량 차익을 남겼다.
고려포리머는 16일 바이오업체인 디올메디바이오 주식 746만여주(14.6%)를 보유 중인 필리핀 리조트 BXT 지분 10%(82억원)를 넘기고 받는 현물출자 방식의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22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디올메디바이오는 영상, 방산, 바이오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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