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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거인 울리다…학범슨의 ‘판’대로 흘렀다
입력 2014-10-22 21:48 
22일 열린 FA컵 준결승 전북-성남전은 김학범 성남 감독을 빛나게 한 무대였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이상철 기자] 뻔한 판이 아니었다.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전북의 압승까진 아니더라도 우세한 경기를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틀렸다. 전북은 고전했고 성남에 당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김학범 성남 김독의 손 위에서 놀아난 판이었다.
K리그 클래식 1위(전북)와 10위(성남)의 대결. 무게는 전북에게 기우는 듯 했다. 게다가 전북은 올해 K리그 클래식에서 성남과 3번 대결해 모두 이겼다. 하지만 이전 전적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전북이 분명 강하지만 FA컵은 단판승부다. 놀라운 결과를 만들겠다”라던 김학범 감독의 각오대로 토너먼트는 달랐다.
전북과 성남은 아낌없이 쓸 카드를 다 썼다. 오는 26일 K리그 클래식 정규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지만 FA컵에만 집중했다. 총력전이었다.
흐름은 예상대로였다. 성남은 뒷문을 걸어 잠그면서 빠른 역습으로 전북에 맞섰다. 전북은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공격을 펼쳤다. ‘하프 게임이었다.
그러나 전북은 성남의 두꺼운 수비벽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이동국, 한교원, 이승기, 이승현이 나섰지만 꽁꽁 묶였다. 패스 연계 플레이도 전혀 되지 않았다. 막혀도 심할 정도로 콱 막혔다. 전반 25분 정혁의 오버헤드킥 시도 외에 전반 45분 동안 전주월드컵경기장의 관중석은 침묵했다.
경기가 뜻대로 안 풀리니 전북 선수들은 초조했다. 반면 성남 선수들은 뜻대로 풀리면서 한층 자신감을 가졌다.
김학범 감독의 판대로 흘러갔다. 후반 13분과 후반 21분 이동국의 위협적인 발리 슈팅이 나오자, 일찌감치 승부수를 띄웠다. 공격이 아닌 수비였다. 왼쪽 날개 김동희를 빼고 중앙 수비수 윤영선을 투입했다. 파이브백(5-Back) 수비로 걸어 잠그겠다는 의지였다. 120분까지 버티고 승부차기에서 승부를 내자는 것이었다.

전북에게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성남의 단단한 수비벽 맨 뒤에는 골키퍼 박준혁이 버티고 있었다. 후반 47분 레오나르도, 연장 전반 3분 카이오의 잇단 슈팅이 박주혁의 거미손에 걸린 뒤 크로스바를 맞혔다. 전북으로선 원통한 순간이었다.
정해진 시간은 흘러갔고 골은 터지지 않았다. 후반 중반 이후 전북의 원사이드 경기였다. 작심하고 잠근 성남은 수비에만 열중했다. 120분 동안 무실점으로 버텼다. 그리고 종료 직전 골키퍼를 바꿨다. 박준혁을 빼고 전상욱을 투입했다. 승부차기를 위한 마지막 카드였다.
이제 확률은 50%. 김학범 감독이 원하던 시나리오는 적중했다. 두 팀 모두 네 번째 키커까지 성공했다. 그리고 운명의 다섯 번째 키커. 이승기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어간 반면 성남 주장 박진포의 슈팅은 정확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끝.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남이 결승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김학범 감독의 전략이 빛난 한판이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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