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법칙'으로 통하던 공모주 열풍이 식으면서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수가 예상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한 회사는 총 16개사(스팩합병 포함)다. 이중 유가증권시장에 3개사가, 코스닥에는 13개사가 입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4개사가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데 비해 부진한 수준이다.
현재 테라셈, 영우디에스피 등이 공모 청약을 거쳐 상장을 앞두고 있으며 삼성SDS, 제일모직 등 대기업들의 연내 상장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올해 11~12월에 상장할 기업만도 50개가 넘을 것이란 금융투자업계의 기대에는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한국정보인증 등 증시 새내기주의 공모가가 예측 범위의 상단에서 정해졌을 뿐 아니라 BGF리테일, 쿠쿠전자 등 '알짜 기업'이 상장하면서 IPO 시장이 활기를 찾을 것으로 전망됐다. IPO 시장에서 조달한 기업 자금도 올해 7월 7300억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의 2배를 기록,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그러나 IPO 기업 수는 적은 반면 조달 금액은 늘면서 일부 '대어(大漁)'급 회사에 자금이 집중, 투자자들이 옥석 가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모주는 강세장에 상장해야 시초가가 높게 형성되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증시가 전체적으로 조종을 받으면서 열기가 다소 식었다"면서 "인지도나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회사들의 경우엔 계획대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증시 새내기주의 공모 청약 경쟁률이 연초 1000대 1을 웃돌던 것과는 달리 하반기 IPO 기업들은 증시 입성은 순탄치가 않다.
영우디에스피의 청약 경쟁률은 17대 1로 공모가가 희망 밴드인 8000~9500원을 한참 밑도는 5000원에서 결정됐다.
지난달 상장한 대우스팩2호는 0.4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참패해 일반 배정된 수량 157만5000주 가운데 76만7830주만이 공모에 성공했다.
신한제2호스펙도 64대 1 경쟁률로 시장에 입성했지만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돌며 IPO 시장을 냉각했다.
다만 데브시스터즈는 모바일 게임 '쿠키런'을 앞세워, 285대 1의 경쟁률로 1000억원대 공모 자금을 확보했다.
원상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접근성이 보장되는 상장주식과 달리 공모주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라며 "기관의 수요예측 경쟁률 수준으로 상장 예정 기업에 대한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한가지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요 예측 경쟁률과 상장일 수익률 간에 상관관계가 있는 만큼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