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당국 늑장 유권해석 없앤다
입력 2014-10-21 17:41  | 수정 2014-10-22 00:03
◆ 금융 보신주의를 깨자 ◆
"유권해석을 신청하면 상당수는 '적절히 알아서 판단하라'는 답변이 돌아오곤 했다."(A은행 준법감시인)
"명확한 유권해석을 받기 위해서는 금융당국 담당자의 이력이나 성향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B은행 준법감시인)
지난 9월 시중은행 준법감시인들은 금융위원회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금융위의 유권해석 태도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불성실하고 모호한 해석으로 금융사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었다.
금융위는 21일 금융혁신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유권해석을 서면으로 명확히 내려주기 위한 '비조치의견서 등 유권해석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애매모호한 유권해석으로 금융기관의 의사결정을 늦추고 혼란에 빠뜨리던 금융당국의 관행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개선 방안 핵심은 유권해석 절차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책임 소재를 가려서 금융사 요청에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려주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유권해석 요청을 일괄 처리하는 '금융규제 민원 포털'을 신설하기로 했다.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 새로운 사업 영역 진출 시 제재 가능성 여부 등을 판별해주는 '비조치의견서'도 해당 포털에서 일괄적으로 신청이 가능하다. 민원 포털을 통해 요청받은 유권해석은 14일(비조치의견서는 30일) 내로 답변이 이뤄지도록 조치했다. 진행 상황은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공지되며 온라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유권해석 기피는 금융당국의 보신주의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였다"며 "이번 방안으로 금융당국도 변화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 게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비조치의견서는 2005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제도에 대해 금융사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비조치의견서 운영 실적은 한 건에 불과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유권해석은 사실관계 적용 여부만을 판단해주지만 비조치의견서는 제재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에 대해 공식 해석을 내려준다"며 "금융사가 비조치의견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권해석의 원인이 되는 사실관계나 쟁점이 복잡한 경우 등이 발생했을 때는 금융위원장 소속의 '유권해석 심의위원회'에서 검토가 이뤄진다. 위원회는 위원장과 외부 전문가 등이 포함된 9명으로 구성된다.
유권해석과 비조치의견서를 활성화하기 위해 금융당국 담당자의 책임도 강화했다. 금융위는 유권해석ㆍ비조치의견서 운영 현황을 매년 점검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소극적인 답변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사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 등을 하기로 했다.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보수적인 금융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유권해석 활성화 방안은 계획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며 "성과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금융혁신위는 은행 혁신성 평가제도를 오는 29일 열리는 회의에서 최종 확정하기로 결정했다. 기술금융, 보수적 관행 개선 등을 평가하는 혁신성 평가제도는 올해 하반기 실적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안정훈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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