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리스크 부각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내년 상반기 '제로 성장' 위험 앞에 놓였다는 진단이 나왔다.
21일 교보증권은 2015년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3분기부터 가동된 경기부양정책이 효과적일지 의문이 크다"며 "'제로 성장'의 위험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교보증권은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3.6%로 제시하며 내년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각각 0.7%, 0.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IT 와 자동차 분야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런 위험을 상쇄하기 위해 정책지원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정치권의 불협화음은 투자자 신뢰를 얻는데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책효과에 관해서는 "정책당국이 규제완화에 친화적 태도를 가지고 있지만 대기업을 편애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어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크다"며 " 경기부양정책의 무용론이 등장한다면 투자심리가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2015년 경제.금융시장 전망'에서 "정책당국의 '끝장' 경기부양으로 내년에 순환적 경기 회복은 가능하겠지만 구조적 저성장 위험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소는 "가계부채, 투자부진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이 부재하고 정책 효과의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국경제 성장 모멘텀 둔화가 한국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로 지목됐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와 교역구조 변화로 이제는 중국발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올해 1~8월 대중 수출은 -1.6%(연율 기준)를 기록해 전체 수출증가율인 2.5%를 하회했다. 작년에는 대중 수출 증가율이 8.6%로 전체 증가율인 2.1%를 크게 상회했다. 이러한 대중 수출 부진은 중국의 성장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산업구조의 고도화, 교역구조의 변화 등에 기인한 것으로 연구소는 분석했다.
대외 정책여건도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 유로존 디플레이션 리스크, 중동.동유럽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 월에 세계경제 수정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특히 IMF는 2015 년 2분기까지 유럽의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 40%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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