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에게 조만간 출범할 조정위원회에 대한 흠집 내기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반면 반올림측은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37명이 반올림의 협상요구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1일 공식 블로그 '삼성투모로우(www.samsungtomorrow.com)'에 '조정위원회 출범에 즈음해'라는 글을 올리고 이같이 전했다.
삼성전자는 "백혈병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조정위원회가 조만간 출범하게 된다"며 "조정위원회는 지난 4개월 동안 진행돼 온 백혈병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대화의 돌파구를 고심하던 발병자·가족 여섯 명이 어렵게 제안하고 삼성전자가 고심 끝에 수용하면서 마련된 협의체"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지난 5월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합당한 보상과 종합진단 실시를 토대로 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한 이후 협상이 시작되면서 가족과 반올림에 대한 형사고소를 취소하고 산재소송 보조 참가인 참여도 철회하는 등 협상의 진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다섯 차례에 걸친 협상을 통해 종합진단을 실시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으며 보상에 대해서는 원칙과 기준을 세운 뒤 협상 참여자뿐 아니라 기준에 해당되는 모든 사람들을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강조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올림측이 협상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반올림은 지난해 12월 자신들이 제시한 요구사항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채 모든 요구사항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만을 고집해 왔다"며 "이 때문에 넉 달 동안 진행된 협상은 회사가 어떤 제안을 내놓아도 늘 원점으로 되돌아가 공전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조정위원회에 대해서도 백혈병 직원 가족들이 먼저 제안했음을 명시했다. 삼성전자는 "가족 여섯 명이 반올림과 별도로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족위)를 구성해 회사와 협상을 요구했고 벽에 부딛힌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어렵게 내놓은 제안이 조정위원회를 통한 해결 방안"이었다며 "고심 끝에 조정위원회 안을 수용했으며 가족위가 추천한 조정장 후보에 대해 아무런 의견 없이 수용 입장을 밝힌 것 또한 같은 이유"라고 전했다.
이어 반올림에게 삼성이 나서서 조정위원회를 주도하는 것처럼 거짓 주장을 해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는 "명확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마치 회사가 협상 참여자만을 보상할 것처럼 사실을 왜곡해 가족들을 분열시켰다"며 "단 한 번도 협상 참여자만을 보상하겠다고 한 적이 없으며 원칙과 기준을 세워 해당되는 모든 분들을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고 말했다.
이어 "반올림의 이 같은 행태는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며 "더 이상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지 말고 조정위원회에 참여해 모든 현안을 성실하고 투명하게 논의해 좋은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동참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날 반올림은 황상기 등 37명의 삼성직업병 피해자들이 반올림의 협상요구안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올림측은 "SK하이닉스가 신속하게 독립적인 산업보건검증위원회 설치를 약속한 반면 삼성전자는 7년이 되도록 아직도 제대로 직업병 대책을 약속하지 않고 있다"며 마음을 담은 사과, 보상시 피해자 가리지 말 것, 알 권리 침해하지 말 것, 재발 방지대책 마련, 피해자 위해 최선 다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기본으로 돌아갈 것 등 6개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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