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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의 야구생각] 구단주 맘대로 정하는 프로야구 감독
입력 2014-10-20 10:33  | 수정 2014-10-20 11:46
한국 프로야구는 선수단과 팬들 그리고 프런트 위에 구단주가 군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픽=이주영 기자
팀 성적이 안 좋으면 가장 먼저 감독이 경질된다. 이 때 야구관계자나 팬들은 이구동성으로 프런트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한국 프로야구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대부분의 구단에서 감독을 선정하는 주체는 프런트가 아니다.
구단은 감독 선임 작업을 할 때 무엇보다 먼저 그룹 고위층, 오너의 의중을 파악하는데 신경을 곤두세운다. 팀 색깔에 가장 적합한 인물, 팀의 미래에 가장 부합되는 인물 따윈 그 다음이다. 구단 프런트는 2~3명의 복수 후보를 정해 오너에게 결재를 올린다. 물론 맨 앞에는 오너가 선호하는 인물을 배치한다. 그럼 오너는 흐뭇한 표정으로 자신이 선택한 인물을 낙점한다.

이때부터 불행은 시작된다. 프런트는 이 인물이 자기 팀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팀이 퇴보한다는 비극을 그려보기도 한다. 하지만 월급쟁이 사장, 단장의 힘은 여기까지다. 특히 오랫동안 야구단에 몸담은 사장, 단장의 비애감은 더욱 크다. 그들은 유니폼만 안 입었지 ‘최고 전문가 그룹이다. 그들은 누구를 데려다 놔야 팀이 사는 지 잘 알고 있지만 야구 문외한인 오너의 간섭에 입도 뻥긋 못한다.
2년 전 김응용 감독을 영입한 한화 이글스. 이 ‘특별한 인사가 프런트가 아닌 그룹 최고위층에서 이뤄졌단 사실은 다 알고 있다. 김응용 감독의 2년을 대부분의 야구인은 예견했다. 도저히 맞지 않는 조합이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의 결정이 한화 이글스에게 참담한 결과를 안겼다. 안타까운 건 어느 누구도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엄청나게 값비싼 대가를 치른 한화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다. 또 다시 오너 일가의 입김으로 몇몇 인사가 한화의 차기 감독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한화 프런트에서 ‘배제 대상 1호로 지목된 인물들이다.
KIA 타이거즈가 선동열 감독을 재신임했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 3년간의 성적은 말할 것도 없고 내년부터 KIA가 추구해야할 밑그림과 선동열 감독은 맞지 않는다. 구단주가 선 감독과의 의리 때문에 2년을 연장해 줬다는 얘기가 들린다.
프로야구의 주인은 야구팬들이다. 팬들은 자기가 응원하는 팀 성적에 일희일비한다. 누구보다 그 팀을 아끼는 사람은 다름 아닌 팬들이다. 불행히도 한국 프로야구는 팬들의 것이 아니다. 구단주의 것이다. 더 심한 말로 하면 프로야구는 ‘구단주의 장난감이다. 불쌍한 건 한국 프로야구 팬들이다.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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