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자동차 최대 라이벌 일본 도요타의 자국 생산량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일본자동차공업협회 등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 241만9355대의 완성차를 생산해 일본 내 생산량이 220만4319대에 그친 도요타를 21만5036대 가량 앞질렀다.
같은 기간 동안 현대·기아차는 승용차 216만4016대와 상용차 25만5339대를, 도요타는 승용차 197만6006대와 상용차 22만8313대를 각각 국내에서 생산했다.
2013년 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 344만9590대의 완성차를 생산해 일본에서 335만6899대를 생산한 도요타를 9만2691대 차이로 앞섰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도요타의 일본 생산량이 276만대 수준으로 급감했을 당시 현대·기아차는 348만대를 국내에서 생산해 도요타를 누른 적이 있지만, 이는 천재지변에 의한 것이어서 2013년이 사실상 도요타를 제친 첫 해였다.
올 들어 현대·기아차는 도요타와의 차이를 더욱 벌리고 있어 연말까지 양 사의 국내 생산량 격차는 3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0년 도요타는 343만대에 달하는 완성차를 일본에서 생산해 국내 생산량이 233만대에 소폭 못 미친 현대·기아차를 110만대 이상 앞섰고, 2006년에는 양 사의 국내 생산량 격차가 사상 최대인 142만5000여대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이후 두 회사의 국내 생산량 차이는 급격히 좁혀졌다.
지난 2007년 약 423만대로 정점을 찍은 도요타의 일본 생산량은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대규모 리콜, 동일본 대지진, 극심한 엔고 등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각종 규제 회피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일본 내 생산능력 일부를 해외로 이관한 결과였다.
실제로 도요타는 2010년 이후 일본 내 생산체제 재편과 함께 가격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생산 확대를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지난 2011년 일본 아이치현과 시즈오카현에서 북미 수출용으로 생산되던 약 5만대 가량의 코롤라를 미국 미시시피주 블루스프링스 공장에서 생산하도록 했다.
또 2012년에는 당시 360만대에 달하던 일본 내 생산능력을 향후 320만대 수준까지 줄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2000년 299만대였던 국내 생산능력을 2010년 348만대로 꾸준히 늘렸고, 2010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수요 급증에 따른 수출량 증가와 가동률 상승에 힘입어 생산량도 크게 증대됐다.
그 결과 2010년 도요타와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량 격차는 12만여대 수준으로 줄었고, 2012년에는 4만여대 이내로 좁혀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현대·기아차가 도요타를 9만여대 이상 추월했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그 동안 일본 산업수요의 점진적 감소와 함께 높은 법인세율, 비싼 전력요금과 공급 제약, 엄격한 환경 및 노동규제, 소극적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에 따른 일본 내 생산규모 유지의 어려움을 토로해 왔는데, 도요다 사장이 이를 직접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가 주도하고 있는 엔저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단기간 내에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생산량이 급격히 줄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도 쉽지 않아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업체들의 국내 생산능력이 중장기적으로 유지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현대·기아차와 도요타의 국내 생산량 격차는 앞으로도 쉽게 좁혀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동차는 고용, 세수, 동반성장 등 다양한 측면에서 국가 경제기여도가 높은 대표적인 산업으로 꼽힌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기준 177만개의 일자리가 직간접적으로 자동차산업과 연관을 맺고 있고, 2012년 전체 세수의 14.3%이자 단일 품목으로는 최대인 36조원의 조세 수입이 자동차산업을 통해 창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감안할 때,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량이 도요타의 일본 생산량을 앞질렀다는 것은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도 면에서 현대·기아차가 도요타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은 생산유발계수가 타 산업에 비해 높고, 지난 2000년에서 2012년까지 자동차부품산업 매출은 3.3배, 수출은 11.7배가 늘어날 만큼 동반성장 면에서도 기여하고 있다"면서 "자국 내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도요타 등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국내 완성차 업체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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