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회색도시' 서울에 한 남자가 있다. 그는 화려한 '밤의 여자'의 외로운 이면을 위로하고('제 정신이 아냐'), 성형에 미친 여성과 자기과시욕에 사로잡힌 남성을 대비시켜 물음표를 던진다.('세상에') 또한 자동차란 한 공간에 놓인 아버지 어머지 아들 3명 각자의 생각을 통해 단절된 가족과의 대화를 이야기한다.('은색소나타') 남녀간 미묘한 감정 차이를 포착한 시선도 인상적이다.('화장 지웠어')
다이나믹듀오 개코가 솔로앨범 '레딘그레이(Redingray)'를 16일 발표했다. 다이나믹듀오가 아닌 온전히 개코 자신만을 담아냈다. 회색과 빨강. 어울리지 않는 두가지 색깔을 표현했다. '회색'의 중립적인 관점에서 남자의 욕망과 환상 등을 노래했다. 일상에서 흔히 생각해볼만한 주제를 쉽게 지나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무엇 하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 사랑, 이별, 분노, 감동, 질투 등 우리가 겪는 여러 감정들을 음악에 담았을 뿐이다. 그는 세상에 조소를 보내면서도 철저히 이야기꾼 역할만 했다.
적잖은 힙합 가수들이 뜬구름잡는 허세를 부릴 때, 그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노래했다. 꾸준히 고민하고 사색하는 과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회색도시 안에서 유독 붉은 빛을 자아내고 있는 건 바로 당신의 감정"이라고 말했다. 이제 공감할 일만 남았다. 그의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여 볼 때다.
다음은 개코와의 일문일답.
- 앨범명 '레딘그레이'란
▲ 개인적인 생각, 이야기들을 풀었다. 직설적인 것도 있고, 상상력을 보탠 것도 있다. '레딘그레이'는 빨간색(Red) 회색(Gray)의 영문을 조합했다. 이번 앨범 색깔이 그런 것 같았다. 세상을 '회색'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는 회색. 빨간색은 앨범 전반적으로 흐르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했다. 회색 안에 내재된 빨강(욕망). 그래서 '레딘그레이'가 됐다.
- 타이틀곡 '화장 지웠어'는
▲ "오빠 나 화장 지웠어"라는 한 문장에서 영감을 받았다. '밀당' 중인 여성에게 '보고싶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화장 지웠다'는 답이 오면 나오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사귀는 사이는 아닌데 '밀당'이 너무 오래돼 열기는 식고 그저그런 관계가 되어버린, 관계만 유지하는 남녀의 이야기다. '핫펠트' 예은이 참여했고, 뮤직비디오에도 나오게 됐다.
- 예은은 어떻게 참여했나
▲ 얼마 전 '핫펠트'(예은) 솔로 앨범을 들었는데 좋은 충격을 받았다. 원더걸스 예은이 아닌,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고수하면서 나온 점이 멋있었다. 꼭 같이 작업 한 번 해보고 싶어서 박진영(형)에게 연락했는데 카카오톡 숫자(메시지를 읽으면 숫자가 지워진다)가 지워지지 않더라. 전화도 했는데 안 받으시더라. 그래서 아는 분 통해서 직접 전화했다. 물론 나중에 박진영과 연락은 됐다. 편하고 재미 있게 작업했다.
-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노래가 이색적이다
▲ 클럽에서의 풍경을 그렸다. 만취돼 있는 환경. 가사를 통해 시각적으로 완성화해보자. 예의와 상관 없는 풍경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이 노래는 개인적으로 빨리 공연해 보고 싶은 노래다.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 '은색소나타'가 의미하는 것은
▲ 중산층 가족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차 아닌가. 아주 개인적인 제 경험을 토대로 했다. 1절은 아버지의 입장에서, 2절은 어머니 입장에서 본. 3절은 아들 입장에서 본 가족의 이야기다. 제가 다 통찰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소통의 단절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다 서로 이해할 것이란 희망을 후렴구에 담았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굉장히 일을 많이 해야했던 시대를 겪었다. 아버지들이 느꼈던 외로움이나 단절. 어머니는 자기 존재를 잃었다. 아들과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자기 존재를 잊어버린 소외감. 아들은 너무 경쟁에 지쳐있는,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다.
- 더블 타이틀곡 '장미꽃'에서 보컬 비중이 높다
▲ 내가 노래를 불러서 들으시는 분들이 생소하실 수도 있겠다. 한 여성에 대한 일종의 세레나데다. 보통 세레나데라고 하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데 난 좀 무겁고 어두운 세레나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대상은 물론 내 아내다. 아내를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그분이 가진 어떤 느낌이라든지, 에너지라든지, 이런 걸 관찰하면서 한곡을 꼭 만들고 싶었다. 사실 이 뮤직비디오랑 노래도 굉장히 오래 전(1년 반 전)에 만들었다. 시기를 정하지 못해서 계속 수정만 하다가 이번에 발표가 되서 기분이 좋다. 어떻게보면 좀 섬뜩하기도 하다.
- 다이다믹듀오가 아닌 솔로 이유와 차이점은
▲ '다듀'는 모든 음악이 둘에서 시작한다. 음악적인 분위기에서부터 편곡 방향.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모든 것을 짝꿍인 최자와 한다. 둘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둘이 할 수 있는 음악. 누가 주도해서 하는 경우는 있지만 어쨌든 둘의 호흡을 가장 중요시해서 만드는 음악이다. 개코의 음악은 당연히 내 개인적인, 내 안으로 파고들어서 더 집중했다. 내 목소리에 집중해서 나오는 음악. 내 입으로 어떻게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들으시는 분들이 판단해주시는 게 맞는 것 같다.
- 음반시장 불황 속 2CD로 제작했다
▲ 사실 처음부터 앨범으로 기획되진 않았다. 개인적으로 뭔가 해소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한곡 한곡 던지려고 했는데 막상 매번 시기를 조율하다보니 노래만 쌓였다. 너무 오래 묵혀두면 내 음악이지만 싫어질 것 같아서 앨범으로 묶어서 내놓았다.
- 더블타이틀곡 선정 이유는
▲ 싱글 하나씩 내면 다 타이틀곡인 셈이다. 하하. 앨범으로 묶으니 전체 흐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곡이 타이틀곡이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계절감을 좀 고려했다. 두 곡은 가을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곡이다.
- 활동 계획은
▲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외 특별한 방송 활동은 없을 것 같다. 오는 18일부터 신사장에서 열리는 전시회('REDINGRAY: THE WAVE')를 통해 팬들과 만나고자 한다. 내가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고, 내 음악을 토대로 빚어낸 인터네리어 디자이너인 마영범 교수의 설치 미술 전시회다. 포토그래퍼 홍장현과 함께 작업한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도 했다. 음악을 귀로만 듣는 건 아니지 않나. 시각과 후각 등 모든 감각을 이용해보려는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직접적으로 팬들과 소통해본 적은 별로 없는데 이번에 색다른 시간도 마련했다.
-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 마음이 시키는 음악을 했을 뿐이다. 책임감 같은 무거운 단어 싫다. 아메바컬쳐 외 많은 레이블이 자기 색깔을 내면서 잘 하고 있다. 물론 우리가 지양하는 색깔은 있다. 최대한 좋은 음악을 만들되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드는 것이다. 대중적으로도 성공을 해야 회사가 운영되지 않겠나. 다만 선을 넘지 않고, 어떻게 우리가 재밌게 만든 음악으로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까. 그러한 고민이다. 특별히 거창한 평가를 원하는 건 아니지만 '잘 만들어진 앨범'이라는 말은 듣고 싶다. 충분히 고민하고 만든 앨범이다. 듣는 분들이 느껴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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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듀오 개코가 솔로앨범 '레딘그레이(Redingray)'를 16일 발표했다. 다이나믹듀오가 아닌 온전히 개코 자신만을 담아냈다. 회색과 빨강. 어울리지 않는 두가지 색깔을 표현했다. '회색'의 중립적인 관점에서 남자의 욕망과 환상 등을 노래했다. 일상에서 흔히 생각해볼만한 주제를 쉽게 지나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무엇 하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 사랑, 이별, 분노, 감동, 질투 등 우리가 겪는 여러 감정들을 음악에 담았을 뿐이다. 그는 세상에 조소를 보내면서도 철저히 이야기꾼 역할만 했다.
적잖은 힙합 가수들이 뜬구름잡는 허세를 부릴 때, 그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노래했다. 꾸준히 고민하고 사색하는 과정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회색도시 안에서 유독 붉은 빛을 자아내고 있는 건 바로 당신의 감정"이라고 말했다. 이제 공감할 일만 남았다. 그의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여 볼 때다.
다음은 개코와의 일문일답.
- 앨범명 '레딘그레이'란
▲ 개인적인 생각, 이야기들을 풀었다. 직설적인 것도 있고, 상상력을 보탠 것도 있다. '레딘그레이'는 빨간색(Red) 회색(Gray)의 영문을 조합했다. 이번 앨범 색깔이 그런 것 같았다. 세상을 '회색'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흑과 백으로 나눌 수 없는 회색. 빨간색은 앨범 전반적으로 흐르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했다. 회색 안에 내재된 빨강(욕망). 그래서 '레딘그레이'가 됐다.
- 타이틀곡 '화장 지웠어'는
▲ "오빠 나 화장 지웠어"라는 한 문장에서 영감을 받았다. '밀당' 중인 여성에게 '보고싶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화장 지웠다'는 답이 오면 나오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사귀는 사이는 아닌데 '밀당'이 너무 오래돼 열기는 식고 그저그런 관계가 되어버린, 관계만 유지하는 남녀의 이야기다. '핫펠트' 예은이 참여했고, 뮤직비디오에도 나오게 됐다.
- 예은은 어떻게 참여했나
▲ 얼마 전 '핫펠트'(예은) 솔로 앨범을 들었는데 좋은 충격을 받았다. 원더걸스 예은이 아닌,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고수하면서 나온 점이 멋있었다. 꼭 같이 작업 한 번 해보고 싶어서 박진영(형)에게 연락했는데 카카오톡 숫자(메시지를 읽으면 숫자가 지워진다)가 지워지지 않더라. 전화도 했는데 안 받으시더라. 그래서 아는 분 통해서 직접 전화했다. 물론 나중에 박진영과 연락은 됐다. 편하고 재미 있게 작업했다.
-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노래가 이색적이다
▲ 클럽에서의 풍경을 그렸다. 만취돼 있는 환경. 가사를 통해 시각적으로 완성화해보자. 예의와 상관 없는 풍경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이 노래는 개인적으로 빨리 공연해 보고 싶은 노래다.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 '은색소나타'가 의미하는 것은
▲ 중산층 가족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차 아닌가. 아주 개인적인 제 경험을 토대로 했다. 1절은 아버지의 입장에서, 2절은 어머니 입장에서 본. 3절은 아들 입장에서 본 가족의 이야기다. 제가 다 통찰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소통의 단절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다 서로 이해할 것이란 희망을 후렴구에 담았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굉장히 일을 많이 해야했던 시대를 겪었다. 아버지들이 느꼈던 외로움이나 단절. 어머니는 자기 존재를 잃었다. 아들과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자기 존재를 잊어버린 소외감. 아들은 너무 경쟁에 지쳐있는,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다.
- 더블 타이틀곡 '장미꽃'에서 보컬 비중이 높다
▲ 내가 노래를 불러서 들으시는 분들이 생소하실 수도 있겠다. 한 여성에 대한 일종의 세레나데다. 보통 세레나데라고 하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데 난 좀 무겁고 어두운 세레나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대상은 물론 내 아내다. 아내를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그분이 가진 어떤 느낌이라든지, 에너지라든지, 이런 걸 관찰하면서 한곡을 꼭 만들고 싶었다. 사실 이 뮤직비디오랑 노래도 굉장히 오래 전(1년 반 전)에 만들었다. 시기를 정하지 못해서 계속 수정만 하다가 이번에 발표가 되서 기분이 좋다. 어떻게보면 좀 섬뜩하기도 하다.
- 다이다믹듀오가 아닌 솔로 이유와 차이점은
▲ '다듀'는 모든 음악이 둘에서 시작한다. 음악적인 분위기에서부터 편곡 방향.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모든 것을 짝꿍인 최자와 한다. 둘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둘이 할 수 있는 음악. 누가 주도해서 하는 경우는 있지만 어쨌든 둘의 호흡을 가장 중요시해서 만드는 음악이다. 개코의 음악은 당연히 내 개인적인, 내 안으로 파고들어서 더 집중했다. 내 목소리에 집중해서 나오는 음악. 내 입으로 어떻게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들으시는 분들이 판단해주시는 게 맞는 것 같다.
- 음반시장 불황 속 2CD로 제작했다
▲ 사실 처음부터 앨범으로 기획되진 않았다. 개인적으로 뭔가 해소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한곡 한곡 던지려고 했는데 막상 매번 시기를 조율하다보니 노래만 쌓였다. 너무 오래 묵혀두면 내 음악이지만 싫어질 것 같아서 앨범으로 묶어서 내놓았다.
- 더블타이틀곡 선정 이유는
▲ 싱글 하나씩 내면 다 타이틀곡인 셈이다. 하하. 앨범으로 묶으니 전체 흐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곡이 타이틀곡이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계절감을 좀 고려했다. 두 곡은 가을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곡이다.
- 활동 계획은
▲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외 특별한 방송 활동은 없을 것 같다. 오는 18일부터 신사장에서 열리는 전시회('REDINGRAY: THE WAVE')를 통해 팬들과 만나고자 한다. 내가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고, 내 음악을 토대로 빚어낸 인터네리어 디자이너인 마영범 교수의 설치 미술 전시회다. 포토그래퍼 홍장현과 함께 작업한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도 했다. 음악을 귀로만 듣는 건 아니지 않나. 시각과 후각 등 모든 감각을 이용해보려는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직접적으로 팬들과 소통해본 적은 별로 없는데 이번에 색다른 시간도 마련했다.
-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 마음이 시키는 음악을 했을 뿐이다. 책임감 같은 무거운 단어 싫다. 아메바컬쳐 외 많은 레이블이 자기 색깔을 내면서 잘 하고 있다. 물론 우리가 지양하는 색깔은 있다. 최대한 좋은 음악을 만들되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드는 것이다. 대중적으로도 성공을 해야 회사가 운영되지 않겠나. 다만 선을 넘지 않고, 어떻게 우리가 재밌게 만든 음악으로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까. 그러한 고민이다. 특별히 거창한 평가를 원하는 건 아니지만 '잘 만들어진 앨범'이라는 말은 듣고 싶다. 충분히 고민하고 만든 앨범이다. 듣는 분들이 느껴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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