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형주, 배당 늘리고 액면분할 검토
입력 2014-10-15 17:10  | 수정 2014-10-15 19:47
■ 상장사 CFO 간담회
"한국이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만큼 기업 주가가 예전처럼 상승하기 어렵다. 우리 기업들이 배당 등 주주친화정책과 주가 관리에 나설 때가 됐다."(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기업가치 제고가 오늘의 화두였던 것 같다. 배당성향을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액면분할에 대해서도 검토해 보겠다."(조용두 포스코 상무)
한국거래소는 1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유가증권시장 주요 상장 법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조찬간담회를 열고 증시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이 배당 확대와 액면분할에 적극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표 상장사들도 "심도 있게 연구하고 검토해보겠다"며 화답했다. 이날 조찬간담회엔 삼성전자 네이버 등 초고가주 기업 15개 회사 CFO 21명과 SK텔레콤 대성합동지주 등 유보율이 높은 것으로 분류된 기업 28곳의 CFO 29명이 참석했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글로벌 증시가 강세 기조일 때도 우리 증시만 예외였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저평가하는 인식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배당성향 확대와 액면분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해외 국가들이 고배당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뒤떨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우리나라와 국민소득 규모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대만의 경우 배당률이 4%대인데 우리나라는 1%"라며 "외국인 투자자가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이 우수한 시장에 투자하는 트렌드를 감안하면 굉장히 불리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배당을 많이 한 기업의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도록 배당지수를 오는 27일 발표하는 등 거래소 차원의 노력을 진행할 테니 국내 기업들도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선 배당뿐만 아니라 거래량 증가와 주가 상승 등에 도움이 되는 액면분할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됐다. 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액면가 5000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47%로 코스닥 시장(2.8%)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개인 거래 비중은 코스닥이 87.5%인 데 반해, 유가증권 시장은 43.1%에 불과하다. 최 이사장은 "액면분할을 하면 주식 거래량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투자 진입장벽이 낮아지기 때문에 외국인, 기관은 물론 개인투자자의 투자 영역이 확대돼 결국 주가가 오르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온다"며 "해외 기업들은 주가가 높아지면 수시로 주식분할을 해 고가 부담을 덜어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 월마트는 지금까지 총 9회, 포드는 5회, 애플은 4회의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거래소의 이런 당부에 대해 상장사 재무책임자들도 적극 화답했다. 김명건 삼성전자 상무는 배당이나 액면분할에 대한 즉답을 피했지만 "평소 자본시장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는 입장에서 많이 들어온 내용"이라며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진 유익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박홍규 SK텔레콤 상무는 "배당 등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해외 경쟁기업과도 비교하는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상장사 CFO들은 배당 확대와 액면분할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점도 토로했다. 가장 많이 꼽힌 이유는 기업 성장동력 약화였다. 김명건 상무는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이 2분기보다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쉽게 움직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관 태광산업 부사장은 "유보금이 많긴 하지만 새 성장영역을 찾아서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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