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국 중앙은행은 서로 공조해 충분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 (장클로드 트리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
"은행의 은행으로서의 역할도 빠질 수 없다"(시라카와 마사아키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 전 일본 중앙은행 총재)
"중앙은행 총재들의 빠른 결단력이야말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키워드다"(제이콥 프렌켈 JP모건체이스 인터내셔널 회장,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
전직 중앙은행 총재 출신인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어느 때보다 각국의 중앙은행 간 긴밀한 협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지식포럼에서는 금융위기 과정 중 세계 경제의 조타수 역할을 했던 장클로드 트리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해 제이콥 프렌켈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가 모였다. 마치 잭슨홀 미팅을 연상케 한 '중앙은행 총재 라운드 테이블'세션에서 이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제이콥 프렌켈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는 "'한번 중앙은행 총재는 영원하다'란 인식 아래 각 나라의 중앙은행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게 사실"이라며 "2008년 금융위기에 각 국가별 중앙은행의 대처 방안을 두고 성적을 매겨보자면 시의적절한 정책을 펼친 결과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았기 때문에 모두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이콥 프렌켈 전 총재 의견에 동의한다는 장 클로드 트리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이후 불과 2~3일만에 각국 중앙은행의 총재들은 서로 만나길 주저하지 않았다"며 "이들은 각국이 현재 어떤 정책을 펼치고 또 향후 어떻게 유동성을 공급하게 될 지 대책을 공유하는 일에 대해 적극 나섰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같은 정보 공유가 중앙은행 총재들의 일상이 되게 만들었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그는 지난 몇 년간 민간 기업들의 위기가 결국 국가 재정 위기로까지 확산된 경험에서 보듯 물가 안정을 책임져야하는 중앙은행의 총재라면 무엇보다 빠른 결단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전 총재는 "국가 재정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한 정치적 지도자들은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며 "민간 은행과 금융 부문에 유동성을 제 때 잘 공급하기 위해서라도 중앙은행 총재의 용단과 정치적 지도자들의 리더십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중앙은행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발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 등 유동성 공급 정책을 한 예로 들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전 총재는 "유럽중앙은행은 각국으로 퍼지는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통화정책을 통해 추가 유동성 공급에 최선을 다했다"며 "고정금리를 적용해 은행들에 유동성을 공급했고, 국채매입 프로그램,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제공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국가 부도 위기가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중앙은행 총재는 이같은 유동성 공급을 책임지는 중앙은행의 역할 못지 않게 은행의 은행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물가가 안정됐다고 해서 금융까지 안정됐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금융안정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평소 그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그는 "일본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외환시장이 크게 요동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중앙은행이 나서 차세대 총액결제(RTGS)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외환 거래가 건별로 즉시 결제할 수 있게끔 한 영향이 크다"며 "그만큼 외환 결제 리스크를 중앙은행이 덜어준 것이고 이같은 역할은 중앙은행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 방영덕 기자 / 하정현 인턴 기자/ 사진 = 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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