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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다음 유로 예선은 A매치 아니다? 지브롤터전의 역설
입력 2014-10-15 11:27  | 수정 2014-10-15 11:37
국제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독일 경기 결과 및 일정에도 지브롤터와의 유로 예선은 빠져있다. 사진=국제축구연맹 홈페이지 화면
[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독일대표팀이 2014 브라질월드컵 챔피언의 위용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6 유럽축구연맹선수권(유로 2016) 예선 D조에서 3라운드 현재 1승 1무 1패다. 경기당 1득점 1.33실점으로 철통 수비까진 아니면서도 공격력은 빈약하다.
D조 4차전 상대는 ‘지브롤터다. 독일은 11월 15일 오전 4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시작하는 홈경기에서 다득점을 노릴 것이 확실하다. ‘지브롤터는 3패 경기당 5.67실점으로 E조의 산마리노(3패·경기당 3.67실점)와 함께 유로 2016 예선의 유이(唯二)한 전패·무득점 팀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9월 18일 순위에서 독일은 1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지브롤터는 FIFA 회원이 아니라 순위 자체가 없다. 따라서 유로 2016 예선 D조 4차전 독일-지브롤터는 FIFA가 규정하는 ‘A매치(International "A" matches)가 아니다. FIFA가 2012년 10월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A매치 성립의 1번째 조건은 ‘FIFA 가입축구협회 ‘A팀 간의 대결이다.
FIFA 순위는 경기의 종류에 따라 가산점이 다르다. 평가전은 가산점이 없고 FIFA 월드컵과 유로 같은 대륙선수권 예선은 2.5배, 대륙선수권 및 월드컵 본선은 3.0배, 월드컵 결승전은 4.0배로 승무패의 가치가 확연하게 다르다. 따라서 같은 A매치라고 해도 평가전을 제외한 나머지를 ‘공식대회경기(Official competitions matches)로 구분하여 비중 있게 취급하기도 한다.
월드컵과 대륙선수권 예선은 참가만 하면 일정 기회가 주어지기에 ‘공식대회경기 중에서 가장 흔하다. 따라서 FIFA 순위에 가장 중요한 경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유로 예선임에도 독일-지브롤터는 A매치가 아니기에 FIFA 순위 채점에도 제외된다. FIFA 공식홈페이지의 독일 공식경기 결과 및 일정 안내에도 지브롤터전은 빠져있다.
‘지브롤터는 이베리아 반도 남부에 있는 영국 자치령이다. 북쪽으로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과 1.2km 길이의 국경선으로 마주 보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지브롤터는 기독교, 그중에서도 스페인의 이슬람 항쟁 무대였다. 이슬람은 711년 지브롤터를 점령하여 스페인 본토를 공략했고 지브롤터의 탈환과 수성을 위해 숱한 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스페인 왕위계승전쟁(1701~1714년)에 참가한 영국-네덜란드 연합군이 1704년 지브롤터를 점령했고 1713년 영국 자치령으로 편입됐다. 지금도 영국 군주(현재는 엘리자베스 2세)가 임명하는 총독이 통치한다.
스페인은 1969년 지브롤터의 반환을 요구하며 경제봉쇄를 시도하는 등 여전히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1967년과 2002년 시행된 주민투표는 각각 99.64%와 98.48%라는 압도적인 비율로 영국 잔류의사를 밝혔다.
지브롤터축구협회는 지난 3월 4일 FIFA에 가입 승인 및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참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FIFA는 9월 26일 지브롤터가 ‘독립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허락하지 않았다. 현재 같은 이유로 FIFA 회원이 아닌 사례로는 탄자니아 자치령인 ‘잔지바르가 있다.
그러나 지브롤터는 현재 유럽축구연맹(UEFA) ‘회원이다. 성인대표팀에 앞서 17, 19세 이하 대표팀이 각각 2014 UEFA U-17과 U-19 선수권 예선에 참가했다. 성인대표팀도 유로 2016 예선으로 공식대회에 처음 등장했다.
지브롤터의 ‘UEFA 회원은 끈기와 의지의 산물이다. 스페인은 지브롤터가 UEFA에 가입하면 별도의 축구협회와 대표팀이 존재하는 자국 내 바스크 및 카탈루냐 지방의 UEFA 입성을 막을 명분이 없다고 반대했다. 바스크는 아틀레틱 클루브, 카탈루냐는 FC 바르셀로나라는 유명 클럽도 보유하고 있다.
1차 시도가 좌절된 1999년 이후에도 지브롤터는 포기하지 않았다.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의 찬성을 이끌어내 2007년 재차 UEFA 가입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스페인의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UEFA는 앞으로는 ‘국제연합(UN)에 가입한 ‘주권국만 가입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쯤 되면 포기할 만도 했으나 지브롤터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라는 강수를 뒀다. CAS는 2007,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UEFA 규정은 지브롤터 신청보다 나중에 제정되어 소급적용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UEFA는 결국 2013년 5월 24일 총회에서 스페인·벨라루스를 제외한 나머지 회원의 찬성으로 지브롤터의 가입을 승인했다.
한편 영국 자치령인 지브롤터와 달리 어엿한 ‘주권국임에도 FIFA 회원이 아닌 경우도 있다. 미크로네시아연방·모나코·나우루·영국·‘성좌가 여기에 해당한다. 미크로네시아연방·모나코·나우루·‘성좌처럼 영토와 인구가 협소하거나 영국처럼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의 ‘홈 네이션스가 각각 FIFA에 가입한 경우다. ‘성좌(Sancta Sedes)는 교황이 통치하는 신권 국가의 정식명칭으로 흔히 ‘바티칸 시국(Status Civitatis Vaticanæ)으로 불린다.
‘마셜 제도는 ‘주권국임에도 FIFA 회원이 아님은 물론이고 ‘축구국가대표팀 경기 전적이 없는 유일한 사례다. 사실상 독립국이나 외교적 승인을 받지 못한 ‘미승인국가도 FIFA 회원일 수가 없다. 압하지야·코소보·나고르노카라바흐공화국·북키프로스·남오세티야·서사하라가 여기에 해당한다.
지브롤터는 아일랜드와의 유로 2016 예선 D조 원정 2차전에서 0-7로 졌다. 사진(아일랜드 더블린)=AFPBBNews=News1

[dogma0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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