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는 45초 내에 강펀치를 날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강펀치를 맞는 선수는 눈 한번 깜짝하지 못한다. 반사신경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 탓으로 본능적으로 펀치를 날리는 알리의 주먹을 막아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스포츠 유전자(Sports Gene)'의 저술가로 유명한 데이비드 앱스타인(사진)은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이같은 무하마드 알리의 강펀치 예를 들며 "1만 시간 법칙에서 1만 시간이란 시간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하마드알리의 상대편 선수는 훈련을 위해 1만 시간 이상 노력을 많이 한 선수지만 타고난 복서로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으로 강펀치를 날리는 알리의 주먹을 피할 순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베스트셀러 작가인 맬컴 글래드웰이 주장한 '1만 시간 법칙'에 대해 반박했다.
맬컴 글래드웰이 자신의 책 '아웃라이어'에서 주장한 1만 시간 법칙이란 어떤 분야에서든 1만 시간을 노력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법칙을 말한다. 한국에선 '김연아의 법칙'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에서 기자로 일하며 많은 운동선수를 지켜본 그는 "1만 시간의 법칙이 깨지는 상황은 스포츠 뿐 아니라 언어를 습득하거나 악기를 다루는 과정 등 다른 분야에서도 쉽게 발견된다"며 "무의식적으로, 본능적으로 타고난 자질을 가진 사람들의 능력을 단순히 1만 시간 노력을 했다고 해서 능가하기란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어떤 것을 배우기 이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질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자질이 있는 사람이라면 짧은 시간에도 전문가가 될 수 있고 아니라면 더 긴 훈련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물론 타고난 유전자가 좋으면 어떤 노력 없이도 천재가 될 수 있고, 유전자가 나쁘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라며 "단지 1만 시간의 법칙에서 1만 시간이란 허상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앱스타인은 1만 시간의 법칙은 본래 엘리트 바이올린 연주자를 대상으로 산출한 평균치에 불과하고, 그와 같은 통계의 왜곡에서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1만 시간에 매달리기보다는 과연 자신이 잘 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어떤 자질을 가지고 있는지 다양한 경험과 훈련을 통해 알아내는 게 우선 이뤄져야 한다"며 "이 세상 사람들은 타고난 유전자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탁월한 자질을 발견했을 때 최소의 시간으로 훈련해도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 방영덕 기자/ 하정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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