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요즈마펀드, 싸이월드가 페이스북 능가하지 못한 이유는
입력 2014-10-15 09:35  | 수정 2014-10-16 08:35

"한국에서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해외자금 유치가 시급하고 또 기업들 사이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산업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그룹 회장은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지식포럼에서 박근혜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과 해외자금 유치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국내에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는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를 조성한 장본인이다.
그는 이스라엘 벤처 및 스타트업 산업을 키우는데 핵심 역할을 한 벤처펀드인 요즈마펀드를 설립했다.
요즈마펀드는 자본이나 담보능력 없이 아이디어와 기술만으로 출발하는 벤처기업인들의 자금조달을 도와주기 위해 반관반민 형태로 설립된 벤처캐피탈이다.

최근 한국법인 설립 절차를 마무리한 요즈마그룹은 향후 3년간 1조원을 투자해 성장 가능성이 큰 한국 벤처기업을 발굴,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날 강연에서 에를리히 회장은 세계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과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 등이 출현하기 이전부터 한국에서 싸이월드와 다이얼패드 등 비슷한 서비스가 상용화됐음을 주목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이 결국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함께 전했다.
그는 "싸이월드 대표가 만약 이스라엘에 와서 사업을 했다면 아마 지금의 페이스북을 능가하는 회사로 성장했을 것"이라며 "싸이월드나 다이얼패드 등의 벤처 기업이 한국에서 부진한 이유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글로벌화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즉, 한국 벤처기업은 이미 우수한 기술력과 서비스 경험을 갖추고 있지만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잘 세우지 못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에를리히 회장은 "싸이월드 등 벤처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을 겨냥해 처음부터 출발했더라면 충분히 성공했을 것"이라며 "이같은 벤처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단순히 국내 자금의 투자만으로는 부족하고 해외 자금 유치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스라엘 신생기업의 80% 가량은 해외로부터 투자자금이 들어 오고 있다"며 "해외 펀드들이 이스라엘 기업에 대한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여겨 투자하는 것이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물론 해외자금이 자유롭게 이스라엘 벤처 기업에 투자를 결정하기까지는 이스라엘 정부가 나서 해외자금의 출구 전략을 위해 노력한 점을 언급했다.
가령, 요즈마 1호 펀드의 성공 사례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당시 이스라엘 정부는 벤처 캐피탈 기업의 육성을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직접 조성해 줬다. 민간 기업에서는 아무래도 실패를 두려워해 직접 나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에를리히 회장은 "정부의 도움을 받아 10개의 펀드를 조성하게 됐고 이후 해당 펀드들은 민영화 과정을 겪었다"며 "자연스럽게 정부가 펀드들에서 정부 지분을 민간으로 양도하면서 정부 지분은 줄어들고 해외 투자자들은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수익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많은 벤처 기업들이 투자자금 걱정없이 탄생하는 기반이 마련된 것. 또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투자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기술이 글로벌화 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
그는 한국의 창조경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사회문화적으로 창업 장려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에를리히 회장은 "한국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대기업에서 평생 일하는 게 꿈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스라엘 젊은이들의 경우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뒤 자신만의 회사를 차리는 것, 즉 창업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업 장려를 위해선 기업가 정신과 혁신 정신을 도모하는 일이 중요한데 에를리히 회장은 요즈마펀드가 한국에서 그와 같은 멘토로써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대기업의 안정적인 자리만을 희망하는 게 아니라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창업 리스크를 감당하되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 방영덕 기자/ 하정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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