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리더십 공백' 국민銀 영업력 약화 우려
입력 2014-10-14 17:29  | 수정 2014-10-14 21:56
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으로 지도부 공백 상태에 이른 KB국민은행의 현장 영업력이 크게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랫동안 소매금융 강자로 군림한 국민은행의 성장이 정체된 틈을 다른 은행들이 파고들거나 '어부지리'로 이득을 보는 모양새다. 저금리 저성장을 타개하기 위해 혁신을 꾀하고 새 시장을 개척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국내 대표 은행들은 내부 갈등으로 남은 경쟁력마저 갉아먹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예금과 대출뿐만 아니라 방카 수수료, 카드 이용액, 스마트뱅킹 고객 수, 퇴직연금 등 리테일영업 부문이 지난해 수준에서 거의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의 예수금과 대출금 규모는 8월 말 기준 각각 196조원, 191조원으로 5대 시중은행 전체의 25%에 달해 점유율이 가장 높다. 하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각각 2조원(1%), 4조원(2%) 늘어나는 데 그쳐 5대 은행 중 가장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이 예수금과 대출금 모두 150조원을 돌파해 지난해 말 대비 각각 8%, 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또 국민은행의 방카 수수료는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감소했다. 올해 8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방카수수료는 620억원에 그쳐 지난해 8월 말 기준 1000억원 대비 38%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농협은행은 8월 말 기준 방카 수수료로 640억원의 수익을 올려 지난해 동기(530억원) 대비 20% 성장해 국민은행을 제치고 선두를 굳혔다.

전국 곳곳에 비슷하게 분포된 1100여 개 점포를 두고 국민은행과 엎치락뒤치락하던 농협은행이 최근 지도부 공백으로 국민은행의 영업 현장이 어수선한 틈을 파고들면서 실적 올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은행의 스마트뱅킹 고객 수도 8월 말 기준 632만명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말 대비 5만9000명(0.9%)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이 553만명으로 전년 말(464만명) 대비 8만9000명(19.1%) 늘린 것과 대조적이다.
카드 이용액에서도 국민은행은 8월 말 기준 57조3000억원으로 26%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2000억원(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우리은행의 카드 이용액은 34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4조3000억원) 늘어나 가장 크게 성장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도입 10주년을 맞아 양적 판매보다 사후 관리에 집중하는 등 완전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며 "지난해 스마트뱅킹 고객 수를 집중적으로 늘린 뒤 현재는 서비스 질 향상에 나서고 있으며 스마트뱅킹 고객 이용률도 경쟁 은행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외환은행과 통합을 앞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하나은행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8월 말 기준 하나은행의 대출금 규모는 109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4조원(3.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방카 수수료도 377억원으로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낮을 뿐만 아니라 전년 동기(510억원) 대비 26% 감소했다. 퇴직연금 규모도 8월 말 기준 4조1000억원으로 5대 은행 중에서 가장 낮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8월 말 기준 카드 이용액도 19조2000억원으로 농협은행(20조원)에 뒤처졌으며, 스마트뱅킹 고객 수도 150만명으로 5대 은행 중에서 가장 적은 수준이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경쟁 은행들 영업력이 악화되면서 상대적인 혜택을 보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며 "치열한 경쟁을 통해 발전해야 하는데 KB 사태 등으로 분란을 겪으면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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