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상장사 30% 금융위기때보다 저평가
입력 2014-10-14 17:26  | 수정 2014-10-14 19:23
국내 상장사 10곳 가운데 3곳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가운데 4분의 3은 최근 PBR가 1배 밑으로 떨어져 저평가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일경제신문이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PBR의 역사적 비교가 가능한 종목 633개사를 분석한 결과 29.7%인 188개사의 PBR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 말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PBR가 2008년 말보다 더 떨어진 종목 가운데 75.5%인 142개사는 1배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번 조사는 증권사 실적 전망에 기반을 둔 '예상(forward) PBR'가 아닌 현재(최근) 장부가치를 기준으로 한 '현재(trailing)PBR'로 이뤄졌다. 현재PBR는 기업이익 증가가 불투명해지고 이익 전망치가 번번이 빗나가면서 예상PBR의 대안으로 제시된 지표다.
코스피의 현재PBR가 최근 10년간 1배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8년 말 0.92배가 유일하다.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2011년 말에도 현재PBR는 1.08배 수준이었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연결재무제표가 주재무제표가 돼 2008년 개별재무제표 수치와 직접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PBR가 2008년 당시보다 더 떨어진 기업은 수치상으로는 비교적 저평가돼 있다고 추론해볼 수 있다.
지난 6년 사이 PBR 수치가 가장 크게 떨어진 기업은 태양광전문업체 OCI다. 2008년 3.5배에서 지난 13일 종가 기준 0.85배로 확 떨어졌다. 이 밖에도 신세계(3.10→0.84), 현대중공업(2.07→0.47), 카프로(1.71→0.31), 삼호개발(1.99→0.64), 두산중공업(1.86→0.51), S-Oil(2.11→0.86), 삼성테크윈(2.16→0.97), 흥국화재(2.03→0.88), 성창기업지주(1.53→0.46) 등의 PBR가 대폭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다만 PBR를 저평가 종목을 골라내는 1차 지표로만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추가적으로 수익성과 업황 등 다양한 변수를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2008년 대비 PBR가 크게 감소한 종목 가운데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전분기 대비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증가하는 종목을 골라냈다.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대한항공, KT, 현대미포조선, GS건설, LS, 포스코 등이 추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이 가운데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대한항공, KT, 포스코에 대한 전망을 밝게 보는 편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3년 동안 꾸준히 구조조정을 진행해 절감된 고정비로 인해 높은 영업이익 개선 폭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투자증권도 구조조정으로 3분기부터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나는 한편 연말 NH농협증권과 물리적 통합이 예정돼 내년도 농협은행과의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여객 부문 호조, 화물 부문 회복, 제트유가 하락 추세 등으로 전망이 밝아졌다. KT는 KT렌탈과 KT캐피탈 등 매각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이달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으로 마케팅 비용 감소가 예상된다. 포스코에 대해 김지환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가절감 능력을 보유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업체 대비 안정적인 실적 창출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현대미포조선은 조선업황 전망이 아직 어두운 데다 회사 주력 선종의 발주가 적어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GS건설에 대해 강승민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분양물량 증가와 양호한 계약률로 주택 부문은 선전했지만 GS건설이 파르나스호텔 지분 매각을 포기한다면 단기적인 충격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LS의 경우 부채비율이 591%로 높아진 자회사 LS전선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최근 주가흐름이 좋지 않다.
[조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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