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위 "기술금융 실적 부풀리기 없애겠다"
입력 2014-10-13 17:37  | 수정 2014-10-13 22:18
■ 금융 보신주의를 깨자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인 M사는 차입금 의존도가 70%가 넘어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는 이유로 은행권에서 신용대출을 번번이 거절당했다. 지난 9월 초 하나은행에서는 M사 기술력이 우수하다고 판단하고 기술평가기관(TCB)에 평가를 의뢰했다. 평가 결과 M사 기술등급은 T4등급(기술 양호 등급)에 해당했고 하나은행은 이를 기반으로 보증 없이 운영자금 30억원을 지원했다.
기술력 평가에 기반한 기술신용대출이 현장에서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9월 말 TCB의 기술신용평가 기반 대출은 1조8334억원(잔액 기준)이라고 13일 발표했다. 9월에만 1조1113억원의 기술금융대출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 8월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정책금융에 의존하지 않고 은행권 자율로 발생한 대출이 전체 40%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금융위는 은행들의 과도한 '실적 부풀리기' 경쟁은 막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의 실적 압박에 은행들이 기술력 낮은 기업에까지 TCB 평가를 받게 해 편법으로 실적을 쌓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일반 신용ㆍ담보대출이 가능한 기업에도 TCB 평가를 받게 해 실적을 쌓는 경우도 빈번하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기술금융 혁신평가(TECH)'를 올해 안에 도입할 예정이다.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담보ㆍ보증 없이 은행 자체 신용으로 자금 지원 등에는 가산점이 부과된다. 이형주 금융위 산업금융과장은 "기업의 기술력 수준은 고려하지 않고 기술금융을 지원한 은행은 혁신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도록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별로는 기업은행이 기술금융 대출 건수(1337건)와 잔액(6920억원)으로 전체 실적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시중은행 중에는 우리은행의 기술금융 실적이 두드러졌다. 우리은행은 9월 말까지 2855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은행 자율 대출이 9월 들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것이 고무적인 현상이다. 9월 말 은행 자율 대출은 8월에 비해 4906억원 증가한 6995억원을 기록했다. TCB 기반의 기술신용대출이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나면서 기술보증기금의 무보증 대출, 정책금융공사의 온렌딩 대출 등 정책금융에 의존하지 않고 은행 자체 신용으로 대출을 해주는 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9월 말까지 은행의 자율 대출 또한 기업은행(2142억원)이 가장 많았다. 시중은행 중에는 하나은행(1732억원)이 가장 많았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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