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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부진 겪는 ‘비밀의 문’…돌파구 마련할 수 있을까
입력 2014-10-13 15:26 
사진 제공=SBS
[MBN스타 유지혜 기자] 하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손 꼽혔던 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이 하향세를 걷고 있다.

지난 7일 방송된 ‘비밀의 문 6회는 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전국 시청률 기준) 1회 8.8%를 기록한 후 들쭉날쭉 시청률을 보인 드라마는 결국 월화극 3위로 내려앉게 됐다. 명배우 한석규의 출연과 이제훈의 군 제대 후 복귀작이라는 점 등 수많은 화젯거리를 낳았던 작품 치고는 초라한 성적이다. 배우들의 열연과 스타 PD-작가의 만남에도 불구, ‘비밀의 문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힘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사극이야, 픽션이야?…‘비밀의 문의 흔들리는 정체성

‘비밀의 문은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을 다룬 드라마다. 드라마 역사상 가장 많은 소재로 사용됐던 사건인 만큼, 드라마는 색다른 재미를 위해 과감한 재구성에 돌입했다. 사도세자(이제훈 분)를 성인의 기질을 가진 인재로 표현하거나, 혜경궁 홍씨(박은빈 분)를 뼛속까지 정치적인 야망에 가득한 인물로 해석한 것 등이다. 또한, 노론과 소론의 대립, 균역법, 탕평책과 같은 시대상을 재현한 것과 더불어 ‘맹의, 신흥복 살인 사건 등의 허구적 요소를 배치해 극의 재미를 살리고자 했다.

하지만, 이런 과감한 재해석은 오히려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인상이다. 시청자들은 이에 사극인지, 픽션인지 정체를 모르겠다고 호소한다. 요즘 많은 드라마가 표방하는 팩션사극(픽션과 팩트의 합성어)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무겁고, 그렇다고 정통 사극이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역사에 기반한 뼈대와 이야기를 메우는 허구 요소의 간극을 무리하게 짜 맞추다 보니 연계성이 떨어져 흥미가 감소한다는 평이 줄을 잇고 있다.

또한 수사극인지, 정치극인지에 대한 노선을 보다 정확하게 해줬으면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 드라마는 사도세자가 노론의 희생양이라는 전제 하에 기획됐다. 그만큼 날선 정치물을 기대했던 시청자도 적지 않다. 하지만, ‘비밀의 문은 사도세자가 절친 신흥복(서준영 분)의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수사가 주요 사건으로 다뤄지고 있다. 수사를 하려 하면 정치적인 배경 때문에 노론이 이를 반대하고, 본격적으로 노론과 소론의 대립이 그려지려고 하면 어디선가 신흥복 살인 사건의 증거가 나타난다. 이처럼 갈팡질팡하는 드라마의 전개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수사 타령 좀 그만 하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드라마의 정체성이 흔들리다 보니, 애초 제작진이 예고했던 부자 간의 심리 상태가 제대로 다뤄질 시간이 없는 것도 아쉬운 점 중 하나다. 드라마는 처음 아들의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대치할 수 밖에 없었던 아들의 관계와 심리에 집중 조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할 때부터 영조(한석규 분)는 아들 사도세자에 적대감만을 가지고 있었고, 아들에 대한 애틋함보다는 왕좌를 지키려는 욕심이 컸다. 드라마가 예고한대로 부자가 갈등을 겪는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사건 나열에 시간을 쏟고 있는 모양새라 입체적인 캐릭터의 변화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불친절한 전개와 긴장감 없는 추리에 시청자들 ‘난색

‘비밀의 문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맹의다. 맹의는 영조가 왕위에 오르기 위해 벌였던 일들이 기록된 문서로, 이가 공개되면 영조의 왕위도 흔들릴 위기에 처한다. 신흥복이 암살당한 이유도, 영조가 반 미치광이가 된 것도, 사도세자가 낮에는 정치인으로, 밤에는 수사관으로 변신하는 이유도 모두 맹의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왜 맹의에 이토록 모든 등장인물이 달려드는지 제대로 이해하는 시청자들은 많지 않다. 가늠하기 힘든 맹의의 위력을 모른 채로 맹의를 향한 등장인물들의 추격전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맹의에 한걸음씩 다가가는 노론의 수장 김택(김창완 분)과 사도세자, 영조의 추리 또한 긴박하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왜 이렇게까지 맹의에 목숨을 거는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비밀의문 방송 캡처
시청자들은 수사가 진행되는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1회에서 이미 맹의를 손에 넣기 위해 김택의 수하가 신흥복을 죽였다는 것이 밝혀졌고, 영조는 맹의 때문에 노론과 손까지 잡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일어난 한참 뒤에 사도세자는 비로소 살인 사건에 노론이 개입됐을 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시청자들이 알고 있는 사건의 전개와 사도세자의 수사 속도가 지나치게 차이가 나니 긴장감은 떨어지고 시청자들이 추리할 만한 요소도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시청자들은 드라마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2011년작 ‘뿌리깊은 나무가 방영될 때에는 추리의 재미로 손에 땀을 쥔 것과는 달리, ‘비밀의 문에서는 추리하는 즐거움이 사라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야기의 짜임새가 꽤나 불친절하다는 평가도 있다. 맹의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생략한 채, 드라마에는 영조가 왕위에 오른 사연, 영조가 아들을 미워하게 된 이유, 김택과 박문수(이원종 분)의 속셈 등이 드문드문 드러날 뿐이다. 각자가 지닌 사연이 연계성 없이 나열만 된 상황에서 이들의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과정이 그려지는 것은 당연히 기대하기 어렵다. 이야깃거리를 던져준 채, 이를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시키는 것은 오롯이 시청자들의 몫으로 남긴 형국이다.

◇‘뿌리깊은 나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해

드라마는 비슷한 장르와 연출로 자연스럽게 ‘뿌리깊은 나무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드라마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뿌리깊은 나무와 비슷해서 자연스럽게 채널을 돌리게 됐다.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고 불평한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적 사건이 벌어지는 점, 추리극이 덧입혀졌다는 점, 주연이 한석규라는 점 등으로 두 드라마는 시작 전부터 비교선상에 올랐다.

하지만 ‘비밀의 문에는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는다. ‘욕하는 왕 이미지도 ‘뿌리깊은 나무에서 이미 보였고, 조선 시대에서 이뤄지는 추리물도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선보인 바 있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봤을 때에는 신선했던 요소들이 다시 한 번 반복되면서 더 이상 새로움을 주지 못했다.

또한 ‘뿌리깊은 나무는 세종(한석규 분)의 내적 갈등과 긴박한 추리가 비교적 잘 맞물렸다는 평을 받았지만, ‘비밀의 문은 영조나 사도세자의 심리는 다뤄지지 않고, 추리마저 느리게 진행된다. 원작이 있는 작품에는 더욱 대중의 심판 잣대가 엄격해지듯, 비슷한 포맷을 가진 작품에 대해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뿌리깊은 나무에서 장점으로 꼽혔던 요소들이 ‘비밀의 문에서는 자취를 감춘 형국이 되니 시청자들은 더 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비밀의문 방송 캡처
시청률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가장 기대작으로 꼽혔던 ‘비밀의 문이 4분의 1 정도가 방영한 이 시기에 연일 월화극 3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드라마에 어떤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이런 위기 속에도 한석규나 김창완의 열연은 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고, 여전히 ‘비밀의 문을 응원하겠다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과연, 시청자들의 응원과 배우들의 호연 속에 ‘비밀의 문은 침체의 위기를 완전히 벗어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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