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붕대 투혼에 첫 골…이동국과 코스타리카의 ‘악연’
입력 2014-10-13 06:01 
이동국은 코스타리카전에 세 번 뛰었지만 끝내 웃은 적이 없었다. 오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네 번째 대결에서는 웃을 수 있을까.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슈틸리케호 두 번째 상대인 코스타리카에 ‘라이언킹 이동국(35·전북)이 출격한다. 파라과이전에서 30분 동안 뛰며 예열을 마친 그는 코스타리카의 골문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동국에게 코스타리카전은 각별하다. 필승의 의지도 강하다. 붕대 투혼 속에 A매치 첫 골을 넣기도 했지만 한 번도 웃지 못했다. 이동국이 A매치 데뷔한 1998년 이래 한국은 코스타리카와 2승 1무 2패를 기록했지만, 이동국은 코스타리카전을 마친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지 못했다. 냉정히 말해 이동국과 코스타리카는 지난 12년 동안 ‘악연이었다.
첫 만남은 나쁘지 않았다. 2000년 골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전반 14분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등번호 19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이동국이 환호했다. A매치 10경기 만에 기록한 득점이었다.
그런데 그의 오른 무릎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있었다. 당시 올림픽대표팀과 A대표팀을 오가는 살인적인 행군 속에 그의 무릎은 정상이 아니었다. 혹사 논란의 시작이었고 그의 오른 무릎은 그 해 붕대가 없는 날이 없었다. 좋게 말해 ‘붕대 투혼이었다.
1차전에서 캐나다와 0-0으로 비겼던 한국은 이동국의 첫 골로 8강 진출의 희망을 쏘는가 싶었다. 하지만 이동국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2-2로 비겼다. 후반 40분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했다.
캐나다와 승점, 골 득실차, 다득점이 같아 ‘동전 던지기로 승자를 가렸고, 불운한 한국은 일찍 짐을 싸야 했다. 최근 참가했던 국제대회 가운데 가장 허무하고 쓸쓸했던 귀국길이었다. A매치 데뷔골을 넣었지만 이동국도 웃을 수 없었다.

벼르고 벼른 이동국은 2년 뒤 코스타리카와 다시 맞붙었다. 골드컵 준결승이었다. 코스타리카를 이기면 초청팀 자격으로 결승까지 올라 우승을 넘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박지성, 김남일, 이천수, 황선홍, 최용수, 유상철 등이 빠진 가운데 이동국이 뛴 한국은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코스타리카에게 1-3으로 완패했다. 이동국은 또 한 번의 쓰라림을 경험했다.
한국은 3개월 뒤 대구에서 코스타리카와 리턴 매치를 치렀다. 2002 한일월드컵 최종 명단을 발표하기 직전의 평가전이었다. 입지를 다지지 못한 이동국으로선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이동국과 주전 경쟁을 펼치던 차두리가 1골 1도움을 올리며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이동국은 벤치만 달궜으며 더 이상 히딩크호에서 기회는 없었다. 한국은 승리에 기뻐했지만 이동국은 기뻐할 수 없었다.
이동국의 마지막 코스타리카전은 2006년 2월 미국 오클랜드에서 가진 평가전이었다. 한국은 두 차례 골대 불운 속에 전반 40분 페널티킥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이동국은 이 경기에서 ‘조커로 기용됐다. 0-1로 뒤진 후반 30분 조재진을 대신해 교체 투입했다. 정조국과 투톱을 이루며 반격을 펼쳤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1무 2패. 이동국이 뛴 코스타리카전에서 한국은 한 번도 못 이겼다. 국가대표 시절 유일하게 이겼던 경기에서도 스포트라이트가 비켜 간 이동국의 마음은 차가웠다.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이다. 이동국은 지난 12일 훈련에서 활기찬 움직임을 선보이며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이번 A매치 2연전에서 모든 선수를 뛰게 하겠다던 슈틸리케 감독이다. 이동국의 코스타리카전 출전은 유력하다.
라이언킹도 사냥을 위해 발톱을 갈고 있다. 파라과이전에서 두 번의 득점 기회를 놓쳤다며, 그 실수를 만회하겠다고 코스타리카전에 대한 의욕도 넘쳤다.
코스타리카만 만날 때마다 웃지 못했던 이동국,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활짝 웃을 수 있을까. 두 팔을 벌리며 환호하고 팬을 향해 키스 세리머니를 펼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rok1954@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