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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 태풍 덕도 오승환만 믿어야 한다
입력 2014-10-11 06:01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사카) 안준철 기자] 한신 타이거즈가 또 다시 어부지리를 노린다. 물론 어부지리를 얻으려고 해도 선행조건이 먼저 충족돼야 한다. 바로 마무리투수 오승환(32)을 믿어야 하는 것이다.
한신은 11일 홈인 고시엔구장에서 히로시마 도요 카프와 일본프로야구 클라이맥스시리즈 퍼스트스테이지 1차전을 갖는다. 지난해에 이어 히로시마와 퍼스트스테이지에서 맞붙게 된 한신은 파이널스테이지에 진출, 라이벌 요미우리와의 일전을 노린다.
여러모로 2위 한신에 유리하다. 일본 클라이맥스시리즈 제도는 한국, 미국과는 달리 독특하다. 상위팀에 엄청난 어드밴티지를 준다. 2위와 3위팀이 맞붙는 퍼스트스테이지에서는 2위팀이 어드밴티지를 갖는다. 일단 3전 2선승제로 치러지는 모든 경기가 2위팀 홈에서 열린다. 만약 1승1무1패로 동률이 되면 2위팀이 파이널스테이지로 올라가게 된다. 예비일까지 일정을 치르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역시 2위팀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관건은 날씨다. 19호 태풍 봉퐁이 빠르게 북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오키나와 근처까지 다다른 봉퐁은 예정대로라면 12일 쯤 일본 혼슈에 상륙하게 된다. 이대로라면 12,13일 경기를 치를 수 없을뿐더러 예비일인 14일까지도 날씨의 여파를 받게 된다. 실외구장인 고시엔구장은 태풍이 오면 경기를 할 수 없다. 결국 11일 1차전이 더욱 중요성을 띄게 된다.
사실 한신이 2위 자리를 차지한 것도 일종의 어부지리다. 한신과 히로시마는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였다. 줄곧 2위 자리를 지키며 선두 요미우리를 위협하던 한신은 9월 들어 연패 수렁에 빠지며 3위로 처졌다. 하지만 막판 연승을 통해 2위로 올라선 히로시마를 압박했고, 결국 시즌 최종전이었던 지난 1일 히로시마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히로시마와 동률을 만들었다. 그리고 히로시마가 시즌 최종전이었던 6일 요미우리전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며 반경기차로 3위로 주저 앉게 됐다.
그러나 어부리지도 그냥 얻은 게 아니다. 히로시마에 대추격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끝판대장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지난달 26일부터 최종전인 1일까지 5일 연속 등판했다. 거기에 1이닝 이상 등판을 자처하며 팀에 헌신적인 모습도 보였다. 특히 29일 요코하마전에서는 2이닝을 던져 승리투수가 되기도 했다. 5일 연투 기간에 1승 3세이브를 거둔 오승환은 이 기간 평균자책점 0으로 끝판대장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 팀의 막판 2위 역전극의 일등공신이 됐다.

어찌됐건 태풍이 북상하면서 시리즈가 한신에게 점점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결국 오승환의 역할이 중요하리라는 게 일본 현지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1차전 선발이 랜디 메신저(한신), 마에다 겐타(히로시마)라는 점에서 투수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고, 승부는 한, 두점차에서 결정될 확률이 높다. 여기서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한신 코칭스태프는 오승환을 2이닝까지 던지게 한다는 계획이다. 몇회냐 상관없이 승부처라면 오승환의 조기 등판도 가능할 전망이다.
일단 한신은 클라이맥스시리즈 전까지 오승환의 몸 상태를 철저히 관리했다. 단기전에서 오승환이 키포인트라는 점을 파악한 것이다. 이에 오승환은 실전감각을 익히기 위해 미야자키 교육리그에도 참가하지 않고 고시엔에서 휴식을 취했다. 푹 쉰 오승환이 한국에서처럼 포스트시즌에 강한 투수라는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이제 한신은 태풍보다 오승환의 결정적인 투구를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오승환은 이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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