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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전] ‘첫 선’ 슈틸리케의 180분 ‘서프라이즈’
입력 2014-10-10 21:52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10일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 입장하는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천안)=한희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천안) 이상철 기자] 처음부터 끝까지 파격이었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철두철미하게 준비된 계산부터 소탈한 행보까지, 첫 경기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다.
골키퍼의 골킥부터 공격수의 마무리 슈팅까지 세밀한 부분까지 계획하고 준비를 다 마쳤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 파라과이전을 앞두고서 완벽한 경기력을 펼쳐 무실점과 함께 승리를 거두겠다던 출사표를 던졌다.
언뜻 결과를 중요시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내용에 더 충실했다. 짧은 기간이나 준비한 걸 얼마나 경기에서 보여주는지, 그 만족감을 느끼겠다고 했다. 백지 상태에서의 선수 점검 등 본연의 목적도 잊지 않았다. 그 하나하나가 파격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서프라이즈는 경기 시작 1시간 전 발표된 선발 출전 선수 명단부터였다. 꽤 파격적인 베스트11을 가동했다.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K리그 클래식 득점 1위 이동국(전북)을 비롯해 손흥민(레버쿠젠), 이명주(알 아인),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김주영, 차두리(이상 서울)가 빠졌다.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관전했던 지난달 8일 우루과이전과 비교해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이청용(볼튼)이 연속 출전했을 뿐이다. 우루과이전에서 점검하지 못한 선수들을 체크하겠다는 걸로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전이라는 상징정을 고려하면 꽤나 모험적이고 파격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첫 속살을 보인 전술도 흥미로웠다. 기본 전형은 4-2-3-1이나 시시각각으로 바뀌었다. 지난 7일 소집 첫 날 전술의 유연성을 강조했던 슈틸리케 감독인데 그 색깔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전방의 선수들은 수시로 위치를 바꾸는 등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조영철(카타르SC), 남태희(레퀴야), 이청용은 쉴 새 없이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왼쪽 미드필더인 김민우가 오른쪽 수비까지 내려가는 등 포지션 변화 폭도 컸다. 잦은 위치 변화와 빠른 공간 침투로 전반 27분과 전반 32분 연속골을 터뜨리며 재미를 톡톡히 봤다.
슈틸리케 감독의 행보도 파격적이었다. 골을 넣어도 가볍게 박수만 치는 등 조용히 팔짱을 끼고 그라운드만 응시하던 독일에서 날아온 신사는 경기 직전 깜짝 행동을 취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시작하기 전 일찌감치 그라운드에 나갔다. 주심, 선수들보다 먼저 나가 홀로 서있었다.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교체 선수들은 양팀 선수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페어플레이어기 및 양국 국기와 함께 입장한 뒤 벤치로 나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 관례를 깼다.
돌발적인 행동처럼 보였다. 상당히 의아함을 낳게 했다. 하지만 그가 왜 선수들보다 먼저 밖으로 나갔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입장하는 11명의 선수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격려했다. 힘을 불어넣는, 작지만 큰 의미가 있는 행동이었다. 권위와 체면을 지키기보다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서는 등 소탈한 그의 면모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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