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외국인, 많이 오른 비싼 종목부터 팔았다
입력 2014-10-09 17:17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서 2조원이 넘는 주식을 판 가운데 대부분이 차익 실현 목적의 순매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주가가 많이 오른 비싼 주식부터 집중적으로 팔았다.
지난달 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총 2조89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가장 많이 판 종목은 SK텔레콤(3676억원), NAVER(3638억원), 아모레퍼시픽(1741억원)과 고려아연, SK C&C, (주)LG, 한국전력 등으로 모두 연초부터 주가가 강세를 보이던 기업들이다. NAVER를 제외하고는 전부 지난 8월부터 이달까지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면서 주가 밸류에이션이 높아졌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23만원이던 주가가 지난달 24일 30만3000원까지 31.7% 급등해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고, 같은 날 아모레퍼시픽 주가도 역대 최고가인 252만원까지 급등해 지난해 말 100만원보다 2.5배 비싸졌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그동안 많이 올라 가격 부담이 커진 종목부터 우선적으로 팔고 있다는 것은 최근 순매도가 차익 실현 성격이 짙다는 의미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 전체를 팔고 있다면 삼성전자부터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에 매도세가 쏠려야 한다. 그런데 지난 한 달간 외국인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시총 순서대로가 아니라 개별 종목마다 선택적으로 자금 유출이 이뤄졌다. 단순히 달러 강세나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펀드에서 유동성이 빠져나가면서 나타나는 프로그램 매도가 아닌 것이다.
적극적으로 주식을 운용하는 액티브 성향의 유럽계 자금 이탈이 최근 뚜렷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7월과 8월 한국 시장에서 각각 6254억원, 1조2508억원어치 주식을 샀던 유럽계 자금은 지난달 1조5787억원어치 주식을 팔아 외국인 순매도를 주도했다. 유럽계 자금은 일반적으로 시장 전체를 사고팔기보다는 밸류에이션 매력을 기준으로 개별 종목을 단기 매매해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최근 외국계 증권사가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기업들 등급을 일제히 내리면서(rating-cut) 글로벌 고평가 주식에 대한 매도세가 강해졌다"며 "신흥국 전체로 들어오는 자금까지 위축된 상황에서 종목별 매도 경향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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