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슈틸리케의 세트피스, 기성용의 ‘킥’보다 ‘제공권’ 살린다
입력 2014-10-09 06:01 
기성용은 8일 파주NFC에서 가진 세트피스 훈련에서 키커로 나서지 않았다. 공격에 참가해 골을 넣는 연습에 매진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파주) 이상철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축구를 수술하고 있다. 첫 검진 대상은 수비다. 지난 7일 첫 소집 이후 이틀 연속 수비 조직 강화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강팀이 되기 위해 수비 기초공사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지론이나 그렇다고 꼭 여기에만 혈안인 것은 아니다. 공격에도 칼을 들었다.
상황별 공격 훈련도 병행했다. 이동국(전북), 손흥민(레버쿠젠) 등 공격 자원들은 측면 크로스에 이은 논스톱 슈팅, 수비 뒤로 침투하는 플레이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공격 훈련 중 가장 눈에 띈 건 기성용(스완지 시티)이었다. 훈련 막바지 세트피스 훈련을 실시했는데 수비가 아닌 공격이 중점이었다.
지난 7일 코너킥 시 수비수의 위치 선정을 가르쳤던 슈틸리케 감독은 하루 뒤 약속된 패턴 공격을 주문했다. 옵션도 4가지로 다양하게 실험했다.
훈련에는 기성용을 비롯해 이동국, 곽태휘(알 힐랄), 김기희(전북), 한국영(카타르SC), 박주호(마인츠), 이용(울산), 이청용(볼튼) 등 8명이 나섰다. 다른 이들은 이들이 하는 걸 지켜봤다. 슈틸리케 감독의 설명이 꽤 길어지는 등 ‘교육에 가까운 훈련이었다.
특별할 게 없을 수도 있지만 확연히 눈에 들어온 건 키커의 변화였다. 코너킥을 찬 건 기성용이 아닌 이청용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을 따로 불러 정확하고 예리한 킥을 차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동안 전담키커는 기성용이었다. 손흥민이 코너킥을 차기도 했지만, 기성용이 주로 세트피스를 도맡았다.

하지만 기성용은 슈틸리케호에서 키커로 고정되지 않았다.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해 후방으로 빼 중거리 슈팅을 날리지도 않았다. 그는 곽태휘, 김기희 등과 함께 골문 앞에 섰다. 이동국이 흘려준 볼이나 이청용이 정석대로 올릴 볼을 슈팅으로 연결했다. 낮게 흐르는 볼을 마무리 짓거나 타점 높은 헤딩 슈팅을 시도했다.
기성용의 제공권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성용은 187cm로 슈틸리케호 1기 필드 플레이어 가운데 키가 가장 크다. 지난달 8일 우루과이전에서도 세트피스 시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위협적인 몸놀림을 펼쳤다.
후반 41분 헤딩 슈팅한 게 크로스바를 맞췄다. 볼이 바깥으로 나갔다가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가면서 아웃 판정을 받아 결과적으로 무효가 됐으나, 페널티킥을 유도하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관중석에 앉아 직접 관전한 경기였고, 그에게 꽤 강한 임팩트를 심어줬다.
기성용이 세트피스 전담키커에서 완전히 배제된 건 아닐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세트피스 훈련 교육에 있어, 그저 ‘시범조교였을지도 모른다. 모든 선수들이 세트피스 전술 훈련에 참여한 건 아니었다. 절반 이상은 ‘참관으로 교육을 이해하고자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매일 다양한 실험을 하며 선수를 최대한 파악하고 있다. 지난 7일 훈련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분류됐던 박주호는 다음날 왼쪽 수비수 김민우(사간 도스)와 자리를 맞바꿨다. 틀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유연함을 강조하고 있는 슈틸리케 감독이다.
기성용도 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도 어렵다. 기성용의 킥보다 제공권을 공격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엿볼 수도 있다.
[rok1954@maekyung.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