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가슴 아프다. 이 공연을 끝까지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머라이어 캐리의 열성팬을 자청했던 한 음악 전문 기자는 공연 초반 이같이 말했다. 그래미상 5회를 수상한 팝스타에게는 미안하지만 그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가 8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잔디마당에서 내한공연(‘미. 아이 앰 마리아..더 일루시브 샨투스 쇼)을 열었다. 공연 전 암표상도 들끓었으나 희안하게도 정가보다 더 싸게 파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1만 2000 객석이 매진까지 되진 않았아도 대부분 찼다. 약 11년 만 그의 내한공연에 팬들의 기대는 분명히 적잖았다.
예정된 시간보다 약 20여 분이 지나서야 서막이 올랐다. 머라이어 캐리의 등장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런데 첫 곡 '판타지(Fantasy)'부터 립싱크가 의심됐다. 라이브라고 믿기 어려운, 음량이 작고 깔끔하게 정돈된 그의 음색이 예사롭지 않았다. 립싱크가 아니라면 과연 머라이어 캐리다웠다. 하지만 립싱크가 맞다면 11년 전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는 또 한국 팬들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였다.
공연 관계자는 "100% 라이브"라고 주장했다. 그랬다. 두 번째 곡부터는 공연 관계자의 주장을 믿을 수 있었다. 확실히 귀에 거슬리는 사운드가 제법 드러났다. 많은 가수가 MR(Music Record)과 AR(All Recording)을 섞어 공연하는 형편이다. 야외 무대 환경인 점을 고려하면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VIP석 기준 약 20만원가량의 표값을 생각하면 본전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 했다. 돌출 무대도 없고, 팬들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의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세 번째 곡은 그의 대표 히트작 중 하나인 '이모션(Emotion)'. 과거 그의 폭발적인 성량은 느낄 수 없었다. 음향 문제인지, 그의 가창력에 변화가 생긴건지 머라이어 캐리 특유의 돌고래 창법은 실종됐다. 괜찮다. 팬들의 그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해당 부분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실제로 일부 객석에서 '성의 없이 부른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들 얼굴에는 실망감보다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기자의 옆자리에 앉았던 한 관객은 "'이모션'을 처음 들었을 때의 소름은 없다"며 웃었다.
후반부에 가서야 그의 목이 풀렸을까. 열정적인 무대가 되살아났다. 팬들도 어깨를 들썩였다. 일명 '돌고래 창법'으로 불리는 '휘슬 보이스(Whistle Voice)도 간혹 들리기 시작했다. 5 옥타브의 성역을 갖고 있다던 머라이어 캐리. 멜리즈마(Melisma·성악곡에서 한 음절의 가사에 다수 음정이 주어지는 장식적인 선율의 노래) 발성도 가볍게 소화해주던 머라이어 캐리. 그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팬들은 충분히 옛 영광의 스타를 추억할만 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현실은 그의 마니아 팬이 아닌, 많은 수의 '적당한' 올드 팬은 그의 공연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그의 엔딩곡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울려퍼지는 동안 객석은 3분의 1 이상이 이미 빈 상태였다. 그리고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그들의 입에서는 듣기 민망한 욕설까지 나왔다.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은 물론 없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왔다는 이수석(39·남) 씨는 "애타게 보고 싶었던 머라이어 캐리였다. 소년 시절로 돌아가 향수에 젖고 싶었으나 상처만 깊어졌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머라이어 캐리의 이번 내한공연은 지난 5월 발표한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한 아시아 투어 일환이었다. 1990년 데뷔한 머라이어 캐리는 ‘히어로 ‘아윌 비 데어 ‘위드 아웃 유 ‘터치 마이 바디 등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아일랜드 레코드에 따르면 그는 세계적으로 총 2억장의 음반, 싱글, 비디오 판매고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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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가 8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잔디마당에서 내한공연(‘미. 아이 앰 마리아..더 일루시브 샨투스 쇼)을 열었다. 공연 전 암표상도 들끓었으나 희안하게도 정가보다 더 싸게 파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1만 2000 객석이 매진까지 되진 않았아도 대부분 찼다. 약 11년 만 그의 내한공연에 팬들의 기대는 분명히 적잖았다.
예정된 시간보다 약 20여 분이 지나서야 서막이 올랐다. 머라이어 캐리의 등장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런데 첫 곡 '판타지(Fantasy)'부터 립싱크가 의심됐다. 라이브라고 믿기 어려운, 음량이 작고 깔끔하게 정돈된 그의 음색이 예사롭지 않았다. 립싱크가 아니라면 과연 머라이어 캐리다웠다. 하지만 립싱크가 맞다면 11년 전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는 또 한국 팬들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였다.
공연 관계자는 "100% 라이브"라고 주장했다. 그랬다. 두 번째 곡부터는 공연 관계자의 주장을 믿을 수 있었다. 확실히 귀에 거슬리는 사운드가 제법 드러났다. 많은 가수가 MR(Music Record)과 AR(All Recording)을 섞어 공연하는 형편이다. 야외 무대 환경인 점을 고려하면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VIP석 기준 약 20만원가량의 표값을 생각하면 본전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 했다. 돌출 무대도 없고, 팬들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의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세 번째 곡은 그의 대표 히트작 중 하나인 '이모션(Emotion)'. 과거 그의 폭발적인 성량은 느낄 수 없었다. 음향 문제인지, 그의 가창력에 변화가 생긴건지 머라이어 캐리 특유의 돌고래 창법은 실종됐다. 괜찮다. 팬들의 그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해당 부분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실제로 일부 객석에서 '성의 없이 부른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들 얼굴에는 실망감보다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기자의 옆자리에 앉았던 한 관객은 "'이모션'을 처음 들었을 때의 소름은 없다"며 웃었다.
머라이어 캐리(사진=예스컴 제공)
이어진 곡들은 '페틀스(Petals)와 '레인보우' 같은 피아노 선율 속 잔잔한 노래였다. 가을 밤 감성에 젖어들기 좋은 곡이다. 대형 야외 현장임에도 마치 뉴욕의 한 재즈바에서 공연하듯 여유로운 그의 무대 매너가 인상적이다. 그제서야 다시 머라이어 캐리다웠다. 속삭이듯 대화하며 객석을 쥐락펴락하는 면모는 역시 그의 공력을 인정하게 했다. 관객들은 귀를 더욱 쫑긋이 세우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관객들은 미동 없이 그에게 이목을 고정했다. 몰입도가 높았다. 팬들의 탄성과 환호는 과거 그의 놀라운 가창력을 엿볼 수 있는 곡보다, 오히려 섬세한 강약 조절이 돋보이는 곡에서 나왔다.후반부에 가서야 그의 목이 풀렸을까. 열정적인 무대가 되살아났다. 팬들도 어깨를 들썩였다. 일명 '돌고래 창법'으로 불리는 '휘슬 보이스(Whistle Voice)도 간혹 들리기 시작했다. 5 옥타브의 성역을 갖고 있다던 머라이어 캐리. 멜리즈마(Melisma·성악곡에서 한 음절의 가사에 다수 음정이 주어지는 장식적인 선율의 노래) 발성도 가볍게 소화해주던 머라이어 캐리. 그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팬들은 충분히 옛 영광의 스타를 추억할만 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현실은 그의 마니아 팬이 아닌, 많은 수의 '적당한' 올드 팬은 그의 공연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그의 엔딩곡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울려퍼지는 동안 객석은 3분의 1 이상이 이미 빈 상태였다. 그리고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그들의 입에서는 듣기 민망한 욕설까지 나왔다.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은 물론 없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왔다는 이수석(39·남) 씨는 "애타게 보고 싶었던 머라이어 캐리였다. 소년 시절로 돌아가 향수에 젖고 싶었으나 상처만 깊어졌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머라이어 캐리의 이번 내한공연은 지난 5월 발표한 새 앨범 발매를 기념한 아시아 투어 일환이었다. 1990년 데뷔한 머라이어 캐리는 ‘히어로 ‘아윌 비 데어 ‘위드 아웃 유 ‘터치 마이 바디 등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아일랜드 레코드에 따르면 그는 세계적으로 총 2억장의 음반, 싱글, 비디오 판매고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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