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완진의 최고다] 엔지니어로 30년 외길…(주)이오니스 장석운 대표
입력 2014-10-08 19:45 


작은 체구에 소박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내면의 강인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이오니스 장석운 대표는 엔지니어로 3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온 CEO입니다. ‘현대판 에디슨을 연상케 하는 그는 수십 년간 안 만들어본 제품이 없습니다. 복합기, 홈 팩스, 산업기기 로봇 시스템, 위조지폐 인식기, 지폐계수기, 무선핸드프리, 무선 디지털 녹음기부터 최근 개발한 초미니 공기청정기까지…. 대한민국 기술의 변화와 발전이 모두 다 그의 인생에 녹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가 걸어온 길은 MBN ‘정완진의 최고다(최고 경영자의 고귀한 다섯 가지 비밀) 제작진이 직접 취재했습니다.


Q. 근래 들어 공기청정기 제품에 대한 관심이 엄청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표님이 개발하신 제품은 어떤 차별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나요?

USB형, 플러그형, 스마트폰용 공기청정기 등 초미니 제품들을 위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제가 개발하는 제품은 세계 최경량에 최소 사이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휴대용으로 아주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고, 무엇보다 가격도 아주 저렴합니다. 2만원부터 시작하죠. 수익을 좀 적게 하더라도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가격이 저렴하면 저소득층 서민들도 제품을 부담 없이 살 수 있을 테고요. 누구나 맑은 공기를 마실 권리가 있잖아요?


Q. 30년 동안 엔지니어라는 외길만을 걸어오셨다고?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의 정보기기 연구소에 엔지니어로 입사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 30년 정도 엔지니어 일만 했죠. 80년대 초반 팩시밀리와 프린터의 기능을 하나로 합친 복합기도 만들었고, 그 이후에 창업을 해서도 각종 개발품을 만들었습니다. 홈 팩스, 산업기기 로봇 시스템, 위조지폐 인식기, 지폐계수기 등 제가 만든 제품을 나열하기 시작하면 정말 끝이 없어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참 뿌듯하고, 저에게 희열을 느끼게 합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한길만을 쭉 걸어올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Q. 남부럽지 않은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생활하셨는데,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창업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인가요?

무릇 도전이라는 것은 항상 불확실성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 불확실성을 즐겨야 도전을 할 수 있고, 성공을 쟁취할 수 있죠. 금성사에서의 생활은 정말 남부러울 것 없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한 곳에서 10년 정도 일하면 일도, 분위기도 많이 익숙해지고, 한편으론 일상이 자꾸 반복되는 느낌이 들잖아요. 그때, ‘아, 이제 내 사업을 해야 할 때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곧바로 사무실을 얻었고, 창업에 도전했죠.

처음에는 개발 의뢰가 들어오는 제품들 위주로 개발을 해주며 사업을 키웠습니다. 그러다 공기청정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06년 무렵이었어요. 크기가 작은 공기청정기 제품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제가 가진 기술력이라면 더 작고, 더 기능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게다가 공기청정기 사업은 사회적으로도 굉장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잖아요? 많은 어린이들이 아토피, 비염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가 대기오염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가면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어요. 공기청정기 사업은 사회에도, 국가에도, 지구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인 것 같아 자부심을 갖고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Q. 얼마 전 특허 소송에서 승소를 하셨다고요? 그건 어떤 이야긴가요?

공기청정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미국, 동남아 등에 수출하며 사업을 키워나갔습니다. 업계에 조금씩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여러 가지 제안들이 들어오더군요. 2009년 무렵엔 미국의 한 업체에서 공기청정기와 LED 조명을 결합한 제품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을 해왔어요. 무조건 하겠다고 했죠. 미국 시장을 장악해보자는 꿈이 있었거든요. 결과는 좋았습니다. 미국 시장에 출시한지 불과 15일 만에 30만 달러를 판매하고, 월 100만 달러 주문이 연이어 들어왔죠.

그렇게 가장 잘 나갈 때, 위기가 닥쳤습니다. 국내의 한 동종업체에서 제가 그들의 제품을 베꼈다며 특허권 침해 소송을 걸어온 것입니다. 자신들이 먼저 제품을 개발했는데, 제가 그걸 베껴서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억울했죠.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까지 꼬박 2년이란 시간이 걸렸어요. 재작년 11월에 승소 판결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시간 동안 사업이 많이 줄었습니다. 매출도 50억에서 5억 규모로 줄어들었고, 직원들도 떠났죠. 이때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입니다. 정말 아주 아주 길고 긴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에요. 이제 매출도 점차 회복되고 있고, 사업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열심히 뛰어야죠.


Q. SNS에서 야생화 시인, 관악산 시인으로도 유명하신데요. 시를 쓰는 건 취미이신가요?

지루한 법정 공방전을 지속해오면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때 저를 지탱해준 것은 바로 산행입니다. 산행을 하는 시간만큼은 속세를 떠나 사색에 잠길 수 있고, 힘든 시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거든요. 그때부터 길목마다 피어있는 아름다운 야생화들을 사진으로 담아 SNS에 올리며,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시들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야생화 시인, ‘관악산 시인으로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많은 분들이 제 글에 공감해주고 좋아해주시니 저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공기청정기 하나로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잔병치레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엔지니어로 한평생 살아왔으니, 남은여생도 제품 개발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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