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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리뷰]‘화장’, 누가 젊음과 늙음을 욕하랴
입력 2014-10-08 09:36 
[부산=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젊음은 싱그럽고 아름답다. 늙고 병듦은 아름답다고 할 수 없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어느 누가 둘의 규정을 부정할까.
화장품 대기업 임원인 중년 남자(안성기)는 싱그럽고 아름다운 젊음에 혹한다. 오랜 세월 함께한 아내와 부하 여직원 사이에서 고민하는 남자. 그는 젊음에 끌렸고, 무언가를 실행하려다 실패한다. 그러곤 제자리로 돌아온다.
영화 ‘화장은 죽어가는 아내(김호정)와 연정을 품고 있는 젊은 여자(김규리)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는 한 중년 남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소설과는 다른 맛이다.
소설 속 남자는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부단히도 애쓴다. 그러면서도 혼잣말로 젊음을 향한 욕구를 드러낸다. 자신의 아내에게 헌신하는 남자도 상상할 수 있다. 둘 사이의 균형은 평형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영화 속 남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시각적으로 스크린에 표현된 남자는 마지못해 아내에게 돌아오는 듯하다. 중년 남자와 젊은 여자의 에피소드가 더 많아진 탓 혹은 덕이다. 젊음에 매혹된 남자의 갈등과 방황은 평형인 듯하지만, 마음은 젊음으로 기울었다.
임권택 감독은 102번째 작품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한 듯하다. 이전까지 작품과는 다른 색깔과 맛이 풍긴다. 세련됐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기본 틀과 결말까지 소설을 따랐지만, 곳곳에서 고민의 흔적이 역력히 드러난다.
소설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안 좋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의 고뇌는 영화 속 남자가 고민한 것처럼 많은 부분이 겹친다. 소설 형식을 따를 것인지, 영화 형식을 따를 것인지부터 몇 개의 에피소드를 더 만들어 넣을지, 결말은 또 어떤 식으로 낼지 등이 중년의 남자가 젊음과 늙음 사이에 서 있는 것과 비슷하다.
감독의 고민은 남자와 아내의 욕실 신에서 최대치에 달한다. 쇠약한 아내는 용변을 처리하지 못해 남편에게 도움을 받고, 자신의 몸을 씻겨주는 남편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아내의 몸을 힘겹게 다 씻겨줬는데, 아내는 또 용변을 가리지 못했고 미안하다고 울부짖는다. 관객은 슬픔과 안쓰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남자와 그의 아내를 쳐다볼 수밖에 없다. 본의 아니게 자신의 실제 투병기가 공개돼 화제가 됐던 김호정의 연기는 압권이다.
또 아내와 대립 지점을 보일 수밖에 없는 젊은 여자는 정말 아름답게 그려졌다. 싱그럽고 아름다운 육체. 한 번쯤 만져보고, 느끼고 싶은 매력적인 젊은 여자는 빠져들 수밖에 없다. 김규리는 이제까지 그가 출연한 작품 중 가장 예쁘고, 아름다우며, 매력적으로 나온다. 극명한 두 사람의 대비는 중년 남자의 방황과 함께 영화를 보는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얼굴을 곱게 꾸민다는 뜻의 화장(化粧)과 시신을 불태우는 뜻의 화장(火葬). 죽은 아내를 화장(火葬)하는 날, 젊은 여자는 화장(化粧)을 해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중의적으로 표현된 두 뜻은 소설, 영화와 잘 맞물린다. 내년 2월께 정식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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