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매년 다음해 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 등에 대해 전망치를 발표한다. 1년 앞을 내다보고 경제 정책 운영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나라 살림의 척도인 예산 규모는 한 해 세수를 얼마나 걷느냐에 따라 정해지고, 세수 규모는 실질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명목성장률 증감에 따라 정해진다. 이 때문에 정확도 높은 경제 전망치야말로 한 해 나라 살림을 알뜰하게 운영하게 해 줄 수 있는 기본의 기본인 셈이다. 그렇다면 기관들마다 전망치와 실제간 격차는 얼마나 될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레이더P가 공개한다.
◆ 성장률전망치, 한은 예산처 등 4개 기관 맞혀
2013년에 한국 경제는 2.8% 성장했다. 경제성장률이 2.8%인 것이다. 성장률 전망치는 4곳이 정확하게 맞혔다. 한국은행, 국회예산처, 국제통화기금(IMF), 스위스 투자은행인 UBS가 2.8%로 전망했었다. 이어 기획재정부 2.7%, 한국경제연구원이 2.9%로 전망했다. 오차가 0.1%포인트에 그쳤다. 반면 시티그룹이 3.2%로 전망해 오차가 컸다.
◆ 물가상승률 모두 틀려, 평균 1%포인트 오차
성장률 전망치는 적중했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망은 모두 틀렸다. 2013년 소비자물가는 전년에 비해 1.3% 올랐다. 가장 근접한 전망이 기획재정부였는데 1.7%로 예측했다. 이어 KDI 1.8%, LG경제연구원 2.2%로 예측했다. 이에 비해 국회예산처, IMF, 한국은행, 씨티그룹, KDI, 골드만삭스는 오차 폭이 1%포인트를 넘었다. 특히 물가 관리의 책임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은행은 물가 목표제인 '인플레이션 타기팅(inflation targeting)'을 운영하고 있는데, 2.5%로 예상했다.
◆ 설비투자증가율에선 헛발질 속출
각 기관들이 가장 많이 틀린 항목은 설비투자증가율이다. 실제 설비투자증가율은 -1.5%를 기록했다. 하지만 각 기관들은 1~3%대로 예측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3.1%로 전망해 무려 4.6%포인트 오차가 발생했고 가장 근사치를 제시한 국회예산처도 1.2%로 전망해 오차 수준은 2.7%포인트였다. 다만 민간소비증가율은 오차가 0.2~0.9%포인트로 비교적 전망이 맞았다.
◆ "전망 통계로서 신뢰도 급감"
이에 대해 이한구 의원은 특히 한은에 대해 "2009년까지는 한국은행의 주요 경제 지표 전망이 타 전망기관들에 비해 가장 정확한 편이었다"면서 "하지만 이후 점차적으로 전망-실제간 갭이 가장 큰 차이를 보여, 가장 못 맞히는 전망기관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행의 경제지표 전망치를 보고 과연 우리나라 정부 부처들이, 민간 기업들이, 국민들이 어떻게 재정을 계획하고, 어떤 미래 전략을 수립 할 수 있을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레이더P =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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