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 만큼 어렵다는 은행권 취업, 합격 키워드 바꼈다는데…'
은행권 하반기 공개채용이 본격화 하고 있다.
올 하반기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으로 청년들의 신규 채용이 대폭 확대, 취업 준비생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기존 인문·상경계 중심의 채용패턴에서 이공계로 무게중심으로 바뀌고, 스펙 대신 한국사와 국어 시험 등의 비중을 높였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하반기 대졸 신입행원 채용의 서류접수를 마치고 필기, 면접 등 본격적인 채용절차를 진행 중이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지난해 200명이었던 신입사원 채용을 올해 290여명으로 늘렸다. 내년에는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400명, 2016년에는 500명까지 확대 후 매년 이 수준을 유지할 방침이다.
이번 채용에서 특징적인 점은 지원 시 학력과 성별,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것. 또 자격증이나 해외연수 경험란을 삭제하고 필기시험에 국어 과목을 넣고 국사 문항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현대판 음서제'비난을 받았던 해외대학 졸업자 채용방식에서 벗어나 신입사원의 30%를 지방대학 출신으로 뽑는다.
이 은행은 1차 면접에서 자신이 읽은 인문학 서적을 토대로 면접관과 토론하는'통섭역량 면접'이 눈길을 끈다.
국민은행이 서점가 판매량을 토대로 선정한 인문학 권장도서 30권중 지원자가 읽은 책을 지원서에 표기하면 면접관 2명이 책의 내용과 관련해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 관계자는 "면접관들은 책을 실제로 읽었는지 혹은 인문학 전문지식을 체크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따라서 책을 달달 외우기보다는 차분히 읽고, 본인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게 현명하다"고 귀띔했다.
올 하반기 국민은행의 서류 응시자는 2만여명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하반기 200∼250명 채용에 2만 3000여명이 지원서를 냈다.
이 은행의 채용 포인트는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한다는 것. 2∼3분간의 자기소개 스피치를 바탕으로 인성에 중점을 두고 지원자를 채용할 방침이다.
또 어학성적과 금융자격증란을 삭제한 대신 헌혈 횟수 기입란을 추가했으며 한국사 자격증을 우대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한국사 자격증은 지원자의 인문학적 소양을 평가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에는 일반직과 전산직 140명 모집에 1만 8800명이 지원서를 제출, 127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오는 11월 중순께 예정된 면접에는 지원자가 창구 직원을 연기하는'롤 플레이'면접 비중을 높였다.
농협은행 상품중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여기는 상품을 1∼2개 선정, 고객에게 설명하고 권유함으로써 의사소통 능력을 보는 방식이다.
이 면접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금융상품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는 게 유리하다.
IBK기업은행은 200여명 채용에 2만 4000여명이 지원서를 제출했다. 22일께 서류합격자 2000명정도를 발표할 계획이다.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에 앞서'4분간 자신의 강점을 자유롭게 홍보'하는 대회를 가진다는 게 이색적이다.
또 기존 상경계열 위주 채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기시험에서 이공계를 포함한 비상경계열 전공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유형의 문제를 출제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험과 관점을 가진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일반직 200명 모집에 2만여명이 지원서를 냈다.
이들 중 채용인원의 4∼5배수를 걸러 1·2차 면접과정을 거친다.
이 은행은 역시 실무면접에서 스펙을 보지 않고 조직 적응력과 팀워크, 논리적 사고력을, 임원면접에서는 지원자의 가치관과 입사의지 등을 눈여겨 본다.
경남은행은 5~6급 행원과 7급 행원 등 총 110명을 공개채용 한다.지원서 접수는 오는 14일까지며 7급 행원 접수일정은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이 은행은 경남·울산지역 출신 대학생들을 90% 이상 채용하고 있다.
이 은행도 스펙중심의 채용방식을 탈피해'열린 채용'방식으로 진행한다. 5~6급 행원의 경우 4년제 정규대학 이상 졸업자(2015년 2월 졸업 예정자 포함)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김종석 인사부장은 "나이와 전공, 외국어 성적, 학점 등 이른바 스펙자격 기준을 폐지하고 열정과 바른 인성, 적극성과 창의성을 두루 겸비한 솔선수범형 인재를 적극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류전형 합격자는 인적성 검사와 경제, 시사상식, 인문학, 기본소양, 문제해결 능력을 검증하는 역량평가를 거쳐 종합 면접과 최종면접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경남은행이 처음 도입하는 '슈퍼 패스제'로 문학과 IT, 수학, 과학, 건축, 디자인 등 특정분야 입상 경력자에 대해 심사결과에 따라 서류전형 통과와 최종면접 응시 권한부여 등의 특전이 주어진다.
외환은행과의 조기합병 논란으로 어수선한 하나은행은 아직 구체적인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1박 2일 합숙면접을 통해 지원자를 다각적으로 평가, 올바른 인성과 직무능력을 두루 갖춘 인재를 채용할 방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마지막 기회인 하반기 채용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 은행별 다양한 채용전형을 꼼꼼히 따져보고 챙겨야 한다"며 "특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면접대비 요령이나 인문서적 관련 지식을 단편적으로 암기하면 되레 역효과가 나는 만큼 자신만의 강점과 가치관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최근 기술금융 등이 부각하면서 KDB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이공계 인력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점도 눈여볼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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