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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바둑’ 두던 정우성…제대로 ‘야하고 독해져’ 돌아왔다
입력 2014-10-07 14:16 
사진=김승진 기자 / 디자인=이주영
덕아, 이제 나 기다리지 마”
추문에 휩싸여 소도시로 좌천된 대학교수 학규(정우성 분). 그는 우울증에 걸린 아내와 어린 딸을 서울에 남겨놓고 내려간 그 곳에서 스무 살 처녀 덕이(이솜 분)를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배신한다. 8년 뒤, 세정으로 이름을 바꾼 채 돌아온 덕이의 정체를 모른 채 흐릿해져 가는 시력 사이 온 힘으로 그녀를 붙들려다, 모든 걸 잃을지도 모를 위험한 운명 속으로 빠져든다. 고전 ‘심청전의 무기력한 아버지 심봉사와 달리 학규는 욕망에 모든 것을 맡기는 위험한 남자다. / ‘마담뺑덕


[MBN스타 여수정 기자] 정우성이 대한민국 배우로 살아온 지 어느덧 20년. 그는 영화 ‘마담뺑덕에서 심학규 역을 맡아 치명적 ‘옴므파탈로 지난 20년의 연기 인생과 앞으로의 연기 인생 서막을 알리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충분히 빛나는 정우성은 이번 작품을 통해 제대로 독해지고 야해졌다. 거기에 노출과 수위 높은 베드신까지 선보이며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정우성은 치열하게 바둑을 두며 강렬한 액션을 선보였다. 그런 그가 치정멜로 ‘마담뺑덕에서는 사랑에 눈멀고 이 놈의 사랑 때문에 위험에 빠져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선을 표현해낸다.

고전 ‘심청전 속 심봉사 학규는 무기력하고 철저히 작품에서 배제되어왔다. 하지만 ‘마담뺑덕에서 학규는 매력적이며 ‘욕망에 충실한 남자다. 또 그와 함께 뺑덕어멈 역의 이솜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집착, 욕망, 분노, 배신, 복수 등 사랑에 빠진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드러낸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의 파격 베드신과 노출이 단연 대중들의 이목을 끌고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돋보이는 건 다사다난한 인생을 겪고 있는 학규의 감정과 시력을 잃어가는 정우성의 실감나는 연기다. 특히 눈 아래 애교 살까지 미세하게 떨리며 시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제대로 그려냈다.

눈 아래 애교 살의 떨림은 일부러 했다기보다는 감정표현과 교감에 집중하니 저절로 나온 것이다.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학규를 연기하기 위해 시각장애인에 대한 자료와 인터뷰를 참고했다. 그러나 내가 실제 시각장애인이 아니기에 스크린에 어떻게 비춰질지 염려가 있었다. 확신과 믿음으로 연기했고 학규의 감정에 최대한 몰입했다. 내가 학규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상상되는 이미지의 확산을 바탕으로 연기를 이어갔다.”

학규가 너무 나쁜 남자이기에 관객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다. (웃음) 그러나 내가 아닌 캐릭터일 뿐이니 부수적인 고민이나 갈등은 없다. 사실 덕이가 너무 안쓰러워서 촬영 내내 힘들었다. 때문에 감정을 돌파하려 애썼다. 특히 여관방에 혼자 덕이를 놓고 나오는 장면은 촬영하기 가장 힘들었다. 그러나 난 학규의 옷을 입었으니 이 또한 그에게 있어 타당한 결정이니 이해하며 감정에 몰입했다. 학규는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수컷의 본능을 유지하려는 인물이다.”

수컷의 본능 유지와 대학교수라는 사회적 위치, 솔직한 감정 표현으로 학규는 여성의 입장에서 나쁜남자다. 예고도 없이 ‘사랑을 주고 갑자기 ‘배신하며 ‘복수까지 덤으로 준다. 덕이가 이름을 바꿔서라도 찾아와 복수를 하지만 결국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사랑인지 증오인지 알 수 없는 감정에 이끌려 다시 불탄다.

흔들리는 학규와 덕이의 감정이 관객들에게 극과 극 반응을 선사한다. 하지만 동시에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도 느끼게끔 한다. 무엇보다 정우성과 이솜의 길다면 긴 베드신은 사랑과 집착의 시작을 알린다. 롱테이크로 촬영된 만큼 이들을 숨죽여 지켜볼 수밖에 없다.

부담감 없이 촬영했다. 단순히 보여지는 베드신과 노출이 아닌 감정적 본질적인 것이기에 이 마음이 전달되길 바랐다. 집요하고 치열하게 또 과감하게 촬영했다. 다행히 노출을 위한 노출이 아닌 드라마에 본질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하고 있어 좋다. 사실 노출을 위해 운동을 따로 하진 않았다.”
사진=김승진 기자

정우성은 이솜 외에도 극중 리포터로 분한 한 여성과 베드신을 선보인다. 이솜과의 베드신이 진정한 사랑이고 파국으로 가는 길이라면, 이 여성과의 베드신은 타락한 학규의 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때문에 이보다 더 강렬할 순 없고 자극적일 수 없다.

몰락과 방탕의 끝이었고, 지은과의 행위를 통해 무너져가는 학규의 방탄한 생활을 표현하려했다. 정말 과감하고 치열하게 몸을 사리지 않으면서 촬영했다. 액션은 폭력적이었다. 하지만 비주얼 미장센은 멋있었다. 그래서 복수의 분노가 큰 것 같다. 행위가 야하고 덜 야하고가 아닌 진짜 본질적으로 치열하게 무너지는 학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극 초반 학규 정우성은 덕이 이솜과 치열하게 사랑하지만, 후반부터 철저하게 이용당하며 불쌍한 남자로 변하게 된다. 때문에 학규가 관객들로부터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끔 하기도 한다. 이에 정우성은 덕이의 복수 등을 보면 사실 자신이 사랑으로 받은 상처를 공유해 공감하려 하는 것이다. 그에게 심리적 괴로움을 선사하고 아프게 하면서도 자신도 함께 무너진다. 학규는 이런 덕이의 몸부림과 복수가 사실 안타깝고 미안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마담뺑덕으로 10점 만점에 10점짜리 변신을 성공한 정우성은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연기 후배 이솜, 박소영에 대한 칭찬으로 선배로서의 매너도 지켰다.

사진=김승진 기자
‘마담뺑덕은 배우 정우성으로서 지나온 20년과 앞으로의 20년을 위한 서막을 알리는 작품이다. 그동안의 연기 경험 덕분에 용기 내어 학규 역을 맡은 것 같다. 과거 연기로 인해 학규의 본질을 파고들고 그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훨씬 쉬웠다.”

이솜은 신인 여배우이고 ‘마담뺑덕이 그녀의 첫 주연작이다. 극중 덕이는 여배우가 소화하기 버거울 정도로 감성의 폭이 깊고 넓다. 그럼에도 이솜은 자신 안의 가능성을 이끌어냈고, 이를 위해 나 역시 선배이자 동료로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뽑아내도록 많이 다독여줬다. 이솜은 근성이 좋다. 연기 스트레스가 많았을 텐데 극복하고 앞으로 더욱 잘 성장했으면 한다. 그녀 역시 ‘마담뺑덕으로 배우로서의 서막을 연 셈이다. 청이 역의 박소영도 기능적으로 탁월하고 똑똑한 배우더라. 나이가 어림에도 표정, 말투의 강단이 대단하다. 친 딸처럼 또는 친구처럼 즐겁게 작업했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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