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영국계 이란 여성이 남자배구 경기를 관전하려 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100일 동안 독방에서 지내다 단식에 들어갔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6일 전했다.
영국인 어머니와 이란 의사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곤체 가바미(25)는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 대학(SOAS)에서 법학을 전공한 엘리트로 이란에서 동료들과 여권신장 운동을 해왔다.
가바미는 테헤란 아자디 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란과 이탈리아의 남자배구 시합을 관전하기 위해 경기장으로 들어가려다 당국의 제지를 받고 경찰에 끌려갔다.
이란의 이슬람 법령에 따르면 여성들은 남성들과 함께 체육시설에서 경기를 관전할 수 없게 돼 있는데도 가바미는 동료들과 함께 전통적인 어두운 색 히잡 대신 흰색 두건을 쓰고 경기장에 들어가려다 체포됐다.
일단 보석으로 풀려난 가바미는 1주일 만에 소지품을 찾으러 갔다가 체포돼 독방에 수용됐다. 이후 가바미는 악명높은 에빈 정치범 교도소의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며 단식에 들어갔다.
가바미의 어머니는 페이스북을 통해 "5일에 겨우 딸을 면회했다. 딸은 더는 참을 수 없다며 단식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딸이 단식을 풀 때까지 나도 단식하겠다. 그동안 딸의 무사귀환을 바라면서 침묵했으나 딸의 생명이 위험에 있는 만큼 더는 침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가바미 측 주장과는 달리 이란 당국은 스포츠 관전은 쟁점이 아니며 그가 "체제에 도전하는 선전을 한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바미 사건과 관련해 이란 인권운동가 300여명은 지난주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가바미가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지적하고 대선 승리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인권 존중 공약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영국 정부도 나서 우려를 표명했으나 이란 정부가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가바미를 이란 국민으로 보고 있는 만큼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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