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M+방송비하인드] ‘SNL코리아’ 작가 유병재의 진짜 극한직업
입력 2014-10-06 10:41 
사진=곽혜미 기자
하나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까지 이를 만들기 위한 이들의 땀과 수고 노력들이 들어갑니다. 완성된 작품에서는 미처 볼 수 없었던 이들의 노력과 고충, 혹은 촬영장에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 등 TV를 통해 들려주지 못했던 TV 속 다양한 뒷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MBN스타 남우정 기자] 정보 전달을 위한 프로그램도 아니고 짧은 시간을 불태우는 음악 프로그램도 아니다. 완벽한 동선과 연기가 조합을 이뤄야 하는 개그프로그램임에도 생방송을 유지하며 오히려 차별화를 두고 있다. 바로 tvN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 이야기다.

2011년 시즌제로 시작한 ‘SNL코리아는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을 버티고 당당히 정규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프로그램 포스터에서도 알 수 있듯이 ‘SNL코리아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신동엽, 유세윤, 안영미, 김민교 등 수많은 크루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극한 직업 속 유병재는 유달리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신인 코미디언일까, 아니면 진짜 매니저일까. 등장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냈던 유병재. 특히 그의 정체가 예상치 못했던 작가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땐 궁금증은 더 커졌다. 이젠 핫한 아이콘이 된 유병재의 입을 통해 ‘SNL코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극한직업 보고 매니저들이 좋아하더라”

유병재가 직접 출연한 ‘극한직업이 시청자들의 눈에 띈 것은 2012년 방송됐던 손담비 편이 시작이었다. 당시 유병재는 안하무인 톱스타에게 이리저리 치이는 매니저로 분해 찌질하고 불쌍한 연기로 주목을 받았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인 ‘극한 직업은 과장된 설정이 있긴 하지만 실제 있을법한 이야기를 꾸며내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유병재의 코믹하지만 진지함을 놓지 않는 연기가 더 큰 웃음 포인트가 됐다.

직접 출연하기 위해 쓴 코너냐는 물음에 유병재는 처음에 그랬던 것은 아니다. 짧은 콩트로 기획했는데 회의 중에 ‘네가 출연하는 건 어때?라는 제안이 와서 우연히 출연하게 됐다”며 연기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어렵긴 하다. 제대로 연기를 배운 적이 없어서 혼자서 TV를 보며 따라하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만난 유병재는 ‘극한직업 속 매니저 유병재를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흡사했다. 이는 유병재의 실제 경험과 성격을 캐릭터로 살려냈기에 가능했다. 유달리 짝사랑에 많이 하는 ‘극한직업 속 캐릭터도 유병재의 경험이 깃들여 있다.

캐릭터에 제 실제 모습이 들어가 있다. 코너에 정색 코드도 있고 다운된 톤으로 웃기는 장면이 많은데 그런 부분이 제 성격과 맞는다. 실제로 감적기복이 크기 않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가라앉아 있을 때 한 마디씩 하는 것이 더 웃긴다고 생각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씨스타, 조성모, 조영남, DJ DOC 등 다양한 호스트들이 출연했고 특히 호스트들의 특성에 맞는 설정들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조성모는 자신이 찍었던 매실음료 광고를 언급했고 데뷔 때부터 센 이미지를 갖고 있던 씨스타는 이를 극대화시켰다.

이에 유병재는 대본을 리얼 캐릭터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호스트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다. 불편한 내용만 없으면 크게 반감은 없었다. 다만 리얼 캐릭터다 보니 제 3자가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은 빼기도 한다. 수위 조절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진=곽혜미 기자

그럼에도 매니저들에겐 환영을 받는 코너가 됐다. 일반 시청자들과의 공감 코드는 적을 줄 몰라도 매니저들과는 달랐다. 실제로 연예인들의 매니저는 유병재의 자료조사원이 되고 있다.

제가 매니저를 연기해서 그런지 많이 좋아해준다. 실제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도 얘기를 많이 해준다. 다만 코미디 요소가 없어서 글로 쓰진 못한다. 자기 딴에는 재미있다고 신나서 얘기를 해주는데 쓸 내용이 없다. 그렇게 자료 조사만 하는 정도다.”

◇ 섹시 코드는 스테로이드, 적재적소에 써야…”

‘SNL코리아의 출연자이기도 하지만 유병재의 직업은 작가다. 매주 방송되는 생방송이기에 따로 연기 연습을 할 시간도 부족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진 출근 후 오후 8시까지 회의를 하고 집에 가서 당일 회의한 내용으로 대본을 쓴다. 토요일은 리허설을 시작으로 현장에서 이뤄지는 대본 수정을 거친 후 생방송에 돌입, 방송을 마치면 일요일 새벽이 돼서야 집에 들어갈 수 있다. 이 생활이 매주 반복되니 쉬는 시간을 찾긴 힘들다. 타 프로그램에서 간간히 섭외도 오지만 시간이 없어서 거절할 수밖에 없다.

방송에 출연하지 않는 다른 작가들보다 더 힘들 수밖에 없지 않냐는 물음에 유병재는 저희 팀은 기본적으로 다 힘들다. 회의에서 빠지고 촬영을 해야 한다고 해서 저만 힘들다고 할 수 없는 것 같다. 다 같이 고생하는 것”이라고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매주 반복되는 생방송으로 인해 고갈되는 아이디어가 그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유병재는 아이디어가 안 나오고 타성에 젖어가 때가 작가로서는 가장 힘들다. 자기 틀 안에 갇혀 있으면 해결이 안 된다. 항상 비슷한 것만 생각하게 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됐다. ‘SNL코리아는 유달리 아이디어 소모율이 심하다. 한 회당 7~8개 정도의 아이디어를 써야 하는데 그 일을 2년 동안 했으니 진짜 힘들다”고 나름의 고충을 토로했다.

보통의 개그프로그램들이 고정 코너들을 꾸준히 끌고 가는 반면에 ‘SNL코리아에선 고정 코너를 찾아보기 힘들다. 앞서 화제를 모았던 ‘GTA시리즈나 현재 방송 중인 ‘극한직업 정도다. 신선함을 주긴 하지만 강한 임팩트가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유병재는 코너를 정해 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 반응이 좋으면 계속 한다. ‘GTA시리즈의 경우도 반응이 좋아서 한 것이고 고정을 생각해놓고 하진 않는다. 그렇게 처음부터 힘을 주고 하면 오히려 더 안 되고 우연히 했을 때 재미있는 게 나온다”고 말했다.

담당 PD가 바뀌고 방송 시간대도 바뀌었다. 수많은 크루와 호스트가 거쳐 갔고 19금 코드만 강해졌지 풍자가 사라져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도 듣는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서 유병재도 자각을 하고 있었다.

19금 코드를 딱히 염두에 두진 않지만 다른 코미디 프로그램보단 유리한 부분이 있다. 섹시 코드는 스테로이드 같다. 작가로서는 웃기기 쉬운 소재다. 야한 것을 가지고 웃긴 표정만 지어도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너무 많이 쓰면 시청자들도 안다. 그래서 요즘엔 내부적으로도 19금 코드를 딱 맞는 상황이 아닌 이상 잘 안 쓰려고 한다.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 사실 프로그램 전체를 관망하는 시각은 아직 부족하다. 풍자가 적어진 것은 작가로서 아쉽긴 하다. 시대가 좋아지면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시대가 좋아지면 풍자할 필요도 없겠지만.”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트위터 @mkculture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