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지주 벽 허물었더니 수익 `쑥쑥`
입력 2014-10-05 18:44  | 수정 2014-10-05 21:42
# 최근 중국 랑시그룹의 한국 아가방앤컴퍼니 인수는 하나금융 그룹 계열사 간 협업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의류업체인 랑시그룹은 유아용품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하고 인수 가능한 업체를 찾고 있었다. 랑시그룹과 거래를 하고 있던 하나은행은 아가방앤컴퍼니가 랑시그룹이 관심을 가질 만한 기업이라고 판단하고 두 기업의 인수ㆍ합병(M&A)을 중재하고 나섰다.
하지만 M&A 딜을 은행이 담당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그룹 내 하나대투증권 등과 협의해 랑시그룹의 인수자금 조달을 지원했다. 하나은행 도곡동 지점과 해외 점포인 홍콩지점, 베이징지점에서는 전반적인 자금 관리를 지원했다.
하나금융 계열사의 지원을 통해 랑시그룹의 계열사인 라임패션코리아는 아가방앤컴퍼니의 김욱 회장이 가진 427만주의 주식을 320억원에 인수할 수 있었다.
# 신한은행 거래처인 중소 조선업체 B사는 기술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장기 불황에 따른 매출 부진과 재무건전성 악화로 자금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추가 차입 여력이 없을 뿐 아니라 차입하더라도 10%가 넘는 고금리를 써야 해 금융비용이 회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 은행 대출로는 더 이상 회사를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신한은행 담당 심사역은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 IB그룹 심사역과 함께 직접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유상증자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신한금융투자 조선업 담당 애널리스트가 B사의 경쟁력 분석 자료를 발간해 반년에 걸쳐 기업설명회(IR)를 실시한 결과 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B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모두 윈윈한 대표적 사례다.

저금리와 경기 불황으로 금융권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비이자수익을 확대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은행 대출과 이자수익에만 의존해서는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 계열사의 거래 고객을 다른 계열사로 연결해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계열사 간 수익을 극대화하는 아이디어가 속속 나오고 있다.
계열사 간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카드가 공동 개발한 'CMA R+카드'는 사용금액에 따라 증권사 CMA 금리를 최고 5.8%까지 제공하는 상품이다.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이 9월부터 시작한 '신한 페이백서비스'는 신한금융투자의 주식거래계좌로 신한생명 보험료를 자동이체하면 주식거래 실적에 따라 사전 약정된 금액을 입금해주는 서비스다.
은행과 캐피털ㆍ저축은행, 증권사와 캐피털ㆍ저축은행 간 협업을 통한 연계대출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농협금융지주에 따르면 은행 대출 상담 고객 중 신용도가 낮아 캐피털로 소개해 취급한 건수가 올해 8월 말 기준 35억2400만원(262건)으로 전년 동기 13억8800만원(119건)보다 2.5배 증가했다. 농협캐피탈의 스탁론 취급액은 8월 말 기준 109억7800만원으로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고 2개월 만에 취급액이 2배가량 늘었다.
[안정훈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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