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풀리지 않는 '황병서 미스터리'
입력 2014-10-05 17:11  | 수정 2014-10-05 21:19
【 앵커멘트 】
이번 북한 권력 실시들의 방문이 마무리된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있습니다.
이른바 '황병서 미스터리'인데요, 북한 권력 2인자인 황병서는 왜 왔고, 또 어떤 역할을 하고 돌아갔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정광재 외교안보팀장과 '황병서 미스터리'를 하나하나 풀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 질문 】
정기자, 이 황병서 미스터리에 대해 어떤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 답변 】
미스터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아직까지 의문은 정확히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선 일정 정도의 상상력이 필요한데요.

설득력 있는 가정 중의 하나는, 남북 대결 국면을 상징하는 '군부'의 실세 황병서와 대화 국면을 상징하는 대남 정책의 실세 김양건을 동시에 보내 우리 측에 중의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군부로 상징되는 대결 카드와 통일선전부로 대표되는 대화 카드를 모두 가지고 있다, 선택은 당신들이 하라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판단한다면, 황병서는 북한의 대남 정책에서 대결 국면을 상징하는 군부를 대표해 참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가정은, 북한이 김정은 건강이상설과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서 채택 등 자신들을 둘러싼 억측과 압박으로부터 돌파구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황병서를 대표단으로 보냈다는 분석입니다.

총정치국장이라는 권력 실세가 직접 방문하면서 국제적인 주목도를 높였고, 대외·대남 이미지 개선 효과를 노렸다는 건데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어제 이뤄진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깜짝 방문은 충분히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질문 】
반면, 정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군부가 대화를 지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해석하는 것 아닌가요?

【 답변 】
네, 황병서의 공식 직함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면서,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입니다.

직책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북한군 내 최고 실력자인데요.

사실 2차 고위급 접촉 회담을 수용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선, 김기남 당비서만 보내거나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황병서가 직접 온 것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해석을 하자면, 대남 정책에 관한 한 북한 내에서 최대 강경파인 군부도 남북 대화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겁니다.

실제, 남북 관계는 북한 군부의 돌발 행동에 급격히 얼어붙은 경우가 많습니다.

2008년 금강산 관광을 나섰던 박왕자 씨 피격 사건과 2010년 3월 있었던 천안함 폭침 사건, 2010년 10월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이 모두 북한 군부의 도발로 발생했는데요.

북한 군부는 남북 대화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대화 국면 전환을 바라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질문 】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외국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미국 워싱턴도 가고, 중국 베이징도 방문했던 적이 있죠?

【 답변 】
총정치국장의 외국 방문 자체는 사실 상당히 드문 일입니다.

2000년 이전까지는 이렇다 할 기록이 없고요, 2000년 이후 기록을 보면 조명록 총정치국장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당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만났고, 지난해 최룡해 당시 총정치국장이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났습니다.

당시 인상 깊었던 일화 중의 하나는, 조명록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대통령을 기다리게 하면서까지 굳이 군복으로 갈아입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해에는 김정은 특사로 최룡해 당시 총정치국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면담했습니다.

이때도 총정치국장이 입었던 군복이 화제가 됐는데요, 최룡해는 군복을 입고 중국 특사 활동을 시작했지만 정작 귀국 직전 이뤄진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면담에서는 인민복으로 갈아입었는데요.

당시 중국은 최룡해가 군복을 입고 중국 일정을 소화한 게 돈독한 북중 군사 관계를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인민복으로 갈아입을 것을 요구했다는 후문입니다.

【 질문 】
마지막으로 말이죠. 이번 북한 고위급 파견이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주도했다는 소식도 있던데요, 이건 또 어떤 얘기인가요?

【 답변 】
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북한만큼 혈통을 중요시하는 나라가 없습니다.

최고 권력이 3대에 걸쳐 세습되면서, 이른바 왕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 '김씨 왕조'는 이른바 '백두혈통'으로만 유지됩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의 공식 직함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서기실 실장인데요.

김정은 제1위원장이 건강이상설로 잠행하고 있는 기간, 대부분의 보고가 김여정에 집중되고 있고, 실행 역시 김여정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김정은의 발목 치료도, 김여정의 주도로 시작됐다는 대북 소식통의 정보가 전달되기도 했는데요.

최근 중요 결정들이 김여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번 고위급 인사 파견에도 김여정이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그런데 이런 분석이 나오는 것 자체가 봉건사회에 준하는 북한 체제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 앵커 】
정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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