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外人, 매도공세속 저평가 우량주 샀다
입력 2014-10-03 17:01 
외국인들이 팔자로 돌아서며 시장을 강타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들이는 종목이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가가 하락하거나 저평가된 종목이 매입 대상이다.
하지만 '외국인이 사면 주가가 오른다'는 통상적인 투자 공식은 이번에는 아직 통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이 매수한 대다수 종목들의 주가가 하락한 반면 이들이 처분한 종목의 주가가 오르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5거래일(9월 26일~10월 2일) 동안 외국인이 순매수한 종목은 자동차를 빼고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값싸진 기업 위주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전기전자)를 비롯해 하나금융지주(은행) 대우증권(증권) LG화학 포스코 SK이노베이션 OCI 롯데케미칼(이상 산업재) CJ제일제당(식음료) KT(통신) 등이다.
반면 자동차 3인방(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에 대한 순매도액은 1960억원으로 전체 매도 규모의 57%에 달한다. 외국인 매도공세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자동차를 빼고는 외국인들이 업종을 불문하고 저평가된 종목들을 집중 매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간 외국인들의 투자성적표는 아직 좋은 편은 아니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해당 기간 주가가 오른 것은 SK하이닉스 단 1개에 그쳤다.
외국인이 많이 사들인 OCI(-12.8%) LG화학(-11.2%) SK이노베이션(-10.5%)은 10% 넘게 급락했다. 이 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삼성전자(1623억원) 주가는 3.8%나 빠졌다. 외국인은 지난달 1일부터 삼성전자를 이틀만 빼고 계속 사들였다. 하지만 9월 1일(122만6000원)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인의 강한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하락해 지난 2일에는 114만1000원에 그치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이 3조~4조원대로 예상되면서 기관의 매도 공세가 외국인 순매수보다 강해졌기 때문이다.
LG화학의 경우 외국인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일까지 11거래일 연속해서 순매수하고 있지만 주가는 일시 반등했을 뿐 같은 기간 10%나 떨어졌다.
조선업종 부진 속에서 외국인은 유독 현대미포조선을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일까지 9거래일 연속 사고 있지만 주가 급락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해당 기간 주가는 9%가량 빠졌다.
반대로 외국인들이 집중 매도한 종목 가운데 오르는 종목도 속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3일 이후 한 달가량 연일 외국인들이 매도하고 있지만 주가는 3.3% 올랐다.
최근 5거래일 동안 외국인들이 집중 매도한 10개 종목 중 주가가 떨어진 것은 6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도 주가가 기대와 달리 올랐다는 것이다. 기아차는 자동차업종 가운데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팔았지만 주가는 소폭(2.4%) 상승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많이 오른 종목 위주로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그동안 순매수했던 종목이 순매도로 바뀌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싸진 종목들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주가가 매입 즉시 반등하지 못해 단기적인 손실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건설, 은행, 증권 같이 8월 증시를 주도했던 종목들에 대해 외국인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고, 값싸진 산업재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손바뀜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 흐름을 탈 수 있으니 투자 방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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