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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 준우승에도 빛난 北 ‘철벽 수비’
입력 2014-10-02 22:51  | 수정 2014-10-02 22:53
북한은 2일 오후 8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남자축구 결승에서 한국에게 패했다. 이용재의 슈팅까지 모두 차단한 대단한 북한 수비였다. 그러나 임창우의 마지막 슈팅은 막지 못했다. 사진(인천)=한희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드라마틱한 승부였다. 모두 다 승부차기를 생각했던 연장 후반 14분, 한국의 마지막이 된 공격에서 짜릿한 골이 터졌다. 한국은 웃었고 북한은 울었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북한은 이번 대회 내내 매우 뛰어난 경기력으로 깜짝 놀라게 했다. 우연이 아니다. 오랜 기간 훈련을 하며 잘 다듬어졌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특히, 안정된 수비가 강점이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딱 2골만 허용했다. 결승 전까지 인도네시아와 16강에서만 1실점을 기록했다. 조별리그 2경기와 8강 UAE전, 준결승 이라크전에서 북한의 수비는 철벽이었다.
이는 결승에서 잘 드러났다. 북한의 공격은 정상이 아니었다. 준결승 이라크전에서 팀 내 최다 득점자(5골)인 정일관이 퇴장해, 결승에 뛸 수 없었다. 박광룡, 리혁철, 서현욱, 서경진 등이 있지만 정일관이 토너먼트에서 펼친 임팩트(4골)를 고려하면 공격력 약화는 불가피했다.
대신 북한의 수비 카드를 꺼냈다. 수비를 두껍게 하면서 강한 압박으로 한국의 공격을 차단하려 했다. 볼 점유율은 한국이 6-4를 넘어섰다. 그러나 북한의 두꺼운 수비를 벗기기란 너무 힘들었다. 중앙, 측면 어디든 빈틈이 없었다.
전반 41분 이종호(전남)의 헤딩 슈팅이 터지기 전까지 상당히 갑갑했다. 부정확한 패스와 정교하지 못한 볼 터치도 있었으나 북한 수비가 흔들림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터프한 수비로 한국의 기를 누르고자 했다.
후반 들어 한국은 오밀조밀한 패스로 돌파를 꾀하기도 했다. 허나 무의미했다. 슈팅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웠다. 한 명을 벗겨내도 두, 세 명이 달려들어 에워쌌다. 또한,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플레이로 한국의 슈팅을 차단했다.

연장 들어서도 북한의 체력은 왕성했다. 지침이 없었다. 이틀 전 준결승 이라크를 상대로 연장 혈투를 치렀던 걸 고려하면 대단한 체력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작은 균열이 생겼다. 어떻게든 버텨냈지만 한국의 마지막 공격까지 막을 힘이 모자랐다.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의 슈팅을 리영직이 팔로 쳐내고 서현욱이 골 라인 직전 걷어냈지만 임창우(대전)의 한방까지는 못 막았다.
이번 대회 북한의 두 번째 실점. 그러나 너무 뼈아픈 실점이었다.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36년 만에 우승이 좌절되는 실점이었다. 비록 끝내 뚫렸지만 북한의 철벽 수비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만약 후반 29분 골키퍼 김승규(울산)가 손도 못 쓴 박광룡의 헤딩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지 않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면, 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것이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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