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외국인 매도 공세에 무너진 2000
입력 2014-10-01 17:32  | 수정 2014-10-01 23:41
외국인 매도 공세에 코스피가 두 달 반 만에 20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6년여 만에 달러당 110엔대에 달하는 초엔저가 실현되면서 기업 수익성 악화에 대한 염려가 커진 데다 달러 강세ㆍ기업 실적 부진에 대한 염려가 겹치면서 외국인 자금 대거 이탈을 불렀다.
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8.55포인트(1.41%) 하락한 1991.54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200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7월 14일(1993.88) 이후 처음이다. 이날 기아차가 소폭(1.49%) 오른 것을 제외하면 삼성전자(-2.36%) 현대차(-1.05%) SK하이닉스(-0.75%) 포스코(-3.35%)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거 하락했다. 이날 주가 급락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967억원 순매도한 영향이 컸다. 이날 외국인은 지난달 23일(2569억원) 이후 가장 많이 팔아치웠다. 순매도 종목은 네이버(-498억원)를 필두로 SK텔레콤(-273억원) 삼성화재(-198억원) 기아차(-172억원) 현대차(-153억원) 등이었다.
금융투자업계는 초엔저와 달러화 강세가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는 추세적인 달러 대비 원화 강세가 예상되면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활발해지지만 반대가 되면 외국인이 이탈하는 경향이 불거져왔다. 여기에다 최근 국회 공전으로 내수 부양에 대한 정책 모멘텀이 약해지고 있는 데다 미국과 중국 경기지표 악화로 대내외 경기 요인이 나빠진 점도 외국인 이탈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다.
코스피가 1900선으로 하락하자 2000선을 회복할지, 아니면 계속 추락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월 30일 코스피가 2082를 기록한 뒤 서서히 하락하는 와중에도 곧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했지만 2000선이 붕괴되자 다소 염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외국인이 최근 2주 동안 1조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외국인이 빠져나간 코스피가 2000선을 조속히 회복하기는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체적으론 외국인들이 달러 강세로 인해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고, 초엔저로 기업 실적도 기대하기 힘들어 한국 증시 매력도가 떨어졌다"며 "외국인 이탈에 코스피 하단은 1900~195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가 급락한 주요인은 외국인 매도세가 강해진 탓인데 그 배경 중 하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부진"이라며 "현대차는 한전 용지 낙찰 이후 외국인 시각에선 투자나 배당도 아닌 부동산에 그처럼 많은 돈을 투자하는 데 대한 불신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라는 국내 증시 두 날개가 꺾인 데다 홍콩ㆍ중동 등 대외 불안이 가중되면서 외국인 매도 공세에 코스피 상승은 회의적"이라며 "화학ㆍ조선처럼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인데도 바닥이라는 믿음이 사라지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매도 공세는 앞으로도 달러 강세가 진행되면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종료와 금리 인상 추진으로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향하면서 과거처럼 외국인 수급에 기대를 갖기 힘들어졌다"며 "당분간 하락 국면이 지속돼 하반기 코스피 밴드는 많이 올라야 2050이고, 하단은 1900까지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매도와 코스피 하락이 일시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국과 일본 증시가 상대적으로 개선되면서 한국 증시가 잠시 소외되어 있을 뿐 펀더멘털 측면에서 추가로 나빠진 것은 없다는 것이다.
[김병호 기자 / 손동우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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