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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레이더] 조선株 턴어라운드를 위한 조건
입력 2014-10-01 17:14 
위험 없는 산업이나 기업에는 수익의 기회도 없다. 채권에서는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버려진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주식보다 빠른 턴어라운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문제는 악화되는 속도고, 턴어라운드의 시점이다.
1971년 현대중공업 창립자인 고(故) 정주영 회장이 조선소도 짓지 않고 울산 미포만 지도 한 장과 500원짜리 지폐로 그리스로부터 선박을 수주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조선업이 얼마나 호황이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1973년의 1억3000만t 수주 기록이 깨진 것은 33년 만에 대호황이 찾아온 2006년이다. 조선소에 배를 지어달라고 줄을 서고, 돈 보따리(선수금)를 쏟아넣는 이상한 시기였다. 이 시기에는 중국에서도 조선업에 대한 국가와 금융의 지원이 이어졌다. 투자는 초과공급을 낳았고, 과잉 설비에 의한 수익성 악화는 상대적으로 저부가가치 선종인 벌크선을 시작으로 탱커와 컨테이너 등 상선 부문 전반으로 확산됐다. 이러한 호황은 2007년부터 이미 엄청난 재앙을 예고했다.
한국과 중국이 전 세계 수주 잔고의 72%를 차지하는 조선업은 한국과 중국 간 헤게모니 싸움의 장이다. 아직 중국은 기술 진입장벽이 낮은 벌크선 비중이 60% 내외로 높고 LNG선, 해양플랜트, 대형 컨테이너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주 점유율은 10% 미만으로 낮아 우리에게 위협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 주요 조선사들이 올해 들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게 된 원인은 2009년 이후 해양플랜트 등 신사업 진출에 따른 수업료 성격이 강하다.
한국이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차별화에 성공하고 중국이 구조조정에 나서면 금융위기 이후 무너졌던 수급이 2015년께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가는 2013년부터 이미 턴어라운드했다. 그러나 상선 부문에서 중국의 도전, 불리해진 결제 조건에 따른 운전자금 부담, 늘어난 재무적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재무지표가 개선되는 것은 일러야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회복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부도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017년이 되면 중국도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한국의 강점을 상당 부분 따라올 전망이다. 그 전에 국내 조선사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차별화에 성공해야 한다. STX처럼 아무리 국가가 도와주려 해도 경기 사이클을 거스르는 투자, 질보다는 양을 중시하는 투자, 재무 안전성을 해치는 다각화 투자는 스스로의 몰락을 재촉할 뿐이다. 가난은 나라도 구하지 못한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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