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를 악용해 신청 전에 자금을 빼돌리고 빚만 탕감받은 뒤, 경영권을 다시 찾는 이른바 '유병언식 기업재건'을 막기 위한 통합도산법 개정법안이 내년부터 시행된다.
법무부는 국회 본회의에서 지난달 30일 통합도산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공포 3개월 후인 내년부터 이 법안이 시행된다고 1일 밝혔다. 개정 법률은 부도를 낸 기존 경영자가 회생절차를 거쳐 채무를 탕감받고 나서 직접 또는 제3자를 내세워 차명으로 회사를 인수하려고 할 때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배제하거나 불인가하도록 했다. 차명인수가 의심될 때 법원이 해당 회사나 관리인, 이해관계인에게 자료를 제출하도록 명령할 수 있고,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형사처벌하는 규정도 새로 마련했다.
정부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회생절차의 허점을 이용해, 2000억원에 이르는 채무를 탕감받고 세모그룹을 사실상 재건했다는 지적에 따라 관련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회생절차에서 영업양도 또는 M&A가 시도되는 경우, 인수자가 원래 사주와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할 필요가 있으나 이를 의무화하는 규정은 없었다.
이번 개정으로 인해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는 규정이 새롭게 마련됐다. 또 허위 자료를 제출해 회생계획의 인가결정이 확정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처벌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기존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회생절차를 악용하는 잘못된 관행을 고쳐 법치를 통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실현하기 위해 법안 개정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자거래 관련 분쟁이 일어났을 때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면 대금채권 등 권리의 소멸시효도 중단되는 내용을 담은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기본법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무부는 개정 법률이 시행되면 분쟁조정 이용이 높아지고 불필요한 소송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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