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도입 예정인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화석연료 사용 할당량 처럼 '에너지 배급제'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배출권거래제 문제점과 개선방향' 주제의 세미나에서 노종환 일신회계법인 탄소자산연구소 부회장은 유럽연합 탄소배출권시장(EU-ETS) 사례 분석을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노 부회장은 "현재 상용화된 온실가스 후처리 기술옵션이 아직 없고 사전 감축기술 옵션이 제한적인 상태에서 배출권 할당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 사용권한 할당과 같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제도는 사실상 '에너지 배급제'로 수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출권거래를 하는 한국탄소금융을 설립하기도 했던 노 부회장은 과거 에너지관리공단의 기후변화대책단장 등을 지내며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주도했던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노 부회장은 "배출권 거래제가 온실가스 배출총량을 규제하는 가장 강력한 규제정책이라는 사실을 '거래'라는 용어를 사용해 희석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도 "그간 배출권 거래제의 장점은 계속 소개됐지만 이에 따르는 부작용은 거론된 적이 많지 않다"며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 기업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 공조체제의 구축 없이 도입되는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온실가스의 실제적 감축을 위해 독자적인 도입보다는 미국, 일본, 중국을 포함한 국제적 협력체제의 구축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진택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교수는 제도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고 제도설계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황 교수는 "국가경제가 불확실하고 사전 준비가 미흡한데도 미국.일본.캐나다 등 선진국도 등을 돌린 배출권거래제를 왜 우리나라가 먼저 시행해야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배출전망치 산정 근거에 대한 주관부처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고 제도운영
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EU 배출권 가격이 폭락하자 배출권 할당계획이 실패했다는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며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대해 한층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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