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주요언론 "홍콩 `제2의 톈안먼사태` 우려"
입력 2014-09-30 17:18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대하는 홍콩인들의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 주요 언론은 현재로서는 중국 당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적절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시위가 격화되면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의 재연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양보와 시위 진압이라는 어려운 선택을 마주하고 있다며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중국 정부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내 시위를 우려하는 중국 지도부가 홍콩 시위를 그대로 내버려둘 경우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 시위대 요구대로 선거안을 수정한다면 중국 정부가 약한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다.
WSJ는 시위가 격화하면 중국은 인민해방군 홍콩주둔군과 홍콩 인근의 광둥(廣東)성에 배치된 무장경찰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무력 진압은 톈안먼사태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WSJ는 분석했다.

홍콩을 중국과 대만 통합의 모델로 제시한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알렉스 황(黃介正) 대만 단장(淡江)대 정치학 교수는 "중국이 대만 사람들의 마음에 친절하고 좋은 이미지를 만들려 한다면 지난 주말 홍콩에서 일어난 일은 아주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중국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 당국은 국내에서는 검열과 체포, 무력, 심지어는 돈을 동원하는 등 소요 사태를 진화하는데 많은 경험이 있지만 홍콩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샤오수(笑蜀)는 "중국에서는 언론과 인터넷, 학교, 사회 등 다른 모든 곳이 이미 통제된 상태라 병사들과 총으로 거리를 통제하고 시위를 끝낼 수 있지만 홍콩에서는 거리가 유일한 싸움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NYT는 시 주석이 문제의 해결책을 쥐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양보할 경우 약하게 보일 수 있고 이는 시 주석이 매우 싫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이전에 여러 차례 타협의 기회가 있었지만 시 주석이 강경 일변도로 나가 사태가 현 상황까지 왔다고 분석했다.
NYT 역시 톈안먼 사태 수준의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공산당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세계금융센터로서 홍콩의 위상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강경 진압은 시위대에 명분을 더 제공하는 셈이지만 그렇다고 시위를 허용하면 중국의 통제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즉각적인 해결책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마이클 데이비스 홍콩대 법학교수는 "우리가 본 것처럼 정부가 강경조치를 취할 때마다 사람들이 시위에 합류하러 달려온다"고 말했고, 홍콩 중문대의 윌리 람은 "인민해방군을 배치하면 모든 사람이 거리에서 즉각 물러나겠지만 동시에 세계 모든 신문의 1면을 장식할 것"이라며 무력 진압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진단했다.
WP는 10월 1일 국경절부터 이틀간 휴일이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향후 시위 전략을 둘러싸고 시위대 내부에서 갈등이 생길 가능성을 지적했다.
센트럴 점령 운동을 이끄는 찬 킨 만(陳健民) 전 중문대 교수는 타임에 시위대가 계속 센트럴 도로를 점령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당국의 강경 진압이 우려된다며 10월 1일을 기점으로 점거를 푸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찬 전 교수는 렁 장관의 퇴임을 현실적으로 성취 가능한 목표로 제시하면서 일단 렁 장관이 물러나고서 반대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타임은 시위대들은 찬 전 교수의 계획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중년 학자와 교수들이 중심인 시위 지도부와 젊은 학생들이 대부분인 시위대 간 세대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